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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고 1 학생에 대한 잠복결핵 검진, 일부 학교에서 거부 논란

등록 2017-04-02 13:29수정 2017-04-02 20:37

결핵치료제 부작용이나 치료 한계 제대로 안 알렸다며
보건교사들 중심으로 부모 동의 받는 통신문 보내지 않아
“잠복결핵이어도 10명 가운데 9명은 결핵 발병 안하고
치료한다고 해도 10명 가운데 1~4명은 결핵예방 효과”
정부가 오는 4월부터 고등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사업을 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일부 학교 보건교사들과 학부모들,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으나 증상이 전혀 없고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전파시키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100명 가운데 5~10명 정도는 추후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 하지만 잠복결핵의 경우 결핵약 부작용을 감수하고 결핵약을 먹는다고 해도 치료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4월부터 고교 1학년 학생 가운데 부모 동의를 얻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사업을 하기로 했다. 동의를 하면 대한결핵협회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피를 뽑아 검사한다. 이 검사에서 잠복결핵감염 양성으로 확인된 경우 각 지역 보건소에서 학생 및 보호자에게 치료 과정과 치료약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치료에 동의한 경우에 필요한 추가 검사와 치료를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부터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1학생 전원인 52만5천명의 가정에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 안내를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결핵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잠복결핵에 대해 결핵 치료제를 사용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치료를 중단했을 때 생기는 내성 등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담겨져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일부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김지학 경기도 부천 중흥고등학교 보건교사는 2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가정통신문에는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아 10명 가운데 9명은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없고, 잠복결핵에 쓰이는 치료제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이 없다”며 “교육부에 검진사업의 수정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해 가정통신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학 교사는 또 “부천에만 해도 3~4개 학교가 통신문을 보내지 않았고 전국적으로도 그런 학교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정부에서 나온 가정통신문에는 잠복결핵에 대한 검사의 부정확성, 치료제의 부작용, 잠복 결핵의 치료 효과 등에 대한 설명이 모두 부실하다”며 “치료약을 먹다가 중단하면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실제 결핵에 걸렸을 때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거나 치료제의 한계나 부작용 등을 참고사항으로 보태어 보냈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단체인 보건교육포럼은 최근 성명서를 내어 “정부가 대규모 검진사업을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검사의 한계나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나라에서 결핵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학교 보건교사들이 검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도 충분한 답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아무개(45·서울)씨는 “최근 잠복결핵 검진 사업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동의를 하지는 못했다”며 “결핵 치료제가 매우 독하다고 들었는데 결핵으로 악화될 지 모르는 잠복결핵에 대해 치료를 해야 하는지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결핵후진국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결핵이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다”면서도 “잠복결핵을 치료한 뒤 5년 안에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가능성이 60~90%에 이르는 등 치료한 뒤에도 결핵이 여전히 나타날 수 있고,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 경우나 약물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종면 제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대한역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 “잠복결핵 감염자 대부분은 평생 결핵 증상을 겪지 않고, 검진에 쓰이는 검사가 가짜 양성이 나올 수 있으며, 치료할 때 약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교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가정통신문을 일부 수정해 다시 보낼 계획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잠복결핵에 대한 치료 성공률이 60~90%이고 잠복결핵의 치료에 쓰이는 치료제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추가로 담아 수정된 가정통신문을 이미 만들어 교육부에 보냈다”며 “잠복결핵으로 나와도 치료에 대해서는 또 다시 결핵약 부작용이나 치료 효과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학부모 등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 치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각각 86명, 3.8명으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오이시디 평균치보다 각각 7배, 5배를 넘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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