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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자궁은 나의 것”…여성들 ‘검은 옷’ 시위

등록 2016-10-16 16:31수정 2016-10-16 22:07

정부, 임신중절 시술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
의사 자격정지 처벌을 1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강화
여성단체 및 보건의료단체는 낙태죄 폐지 주장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은 검은 옷을 입은 수백명의 사람들로 가득 들어찼다. 20대 여성으로 보이는 이들이 다수였으나 젊은 남성과 중년여성들도 적잖았다.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한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현재 최대 1개월에서 최대 1년으로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규칙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반발해 모인 이들이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최근 문제가 됐던 대리수술,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 사용, 진료 중 성범죄 등과 함께 임신중절수술도 포함돼 있다. 이날의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는 최근 폴란드에서 ‘낙태금지법’ 폐지를 이끈 여성들의 검은 옷 시위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낙태죄 폐지’로 모였다. ‘불꽃 페미 액션’ ‘페미 당당’ ‘강남역 10번 출구’ 등 여성주의 그룹들의 이름이 적힌 손팻말에는 ‘내 자궁은 나의 것, 낙태죄를 폐지하라’ ‘내 자궁에서 손 떼, 국가는 나대지 마라’ 등의 표현들이 넘쳤다. 참가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피임과 임신, 낙태 등과 관련한 자신들의 직·간접적 경험을 당당히 밝히며, 안전한 낙태가 여성의 기본권임을 강조했다. 예술가 홍승희(효녀연합 대표) 씨는 “우리는 원하는 임신을 할 자유와 함께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자궁은 나의 것이지 공공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산부인과 의사들과 여성단체 등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는 등 이번 개정안은 낙태 찬반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범위 등을 규정한 현재의 모자보건법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신중절의 99%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인데도 산부인과 의사의 처벌 강화로 모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정부안대로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산모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특정 감염병에 걸린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근친상간인 경우, 임신이 산모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다.

여성단체와 진보적 보건의료단체도 낙태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정슬아 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임신중절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아예 삭제돼야 한다. 저출산 때문에 낙태를 처벌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르면 17일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에 반대하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다.

이번 기회에 낙태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중절 시술의 허용 범위를 담은 모자보건법의 조항은 벌써 50년이나 된 것으로 유전 질환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에 맞게 이를 개정한 뒤에, 법에 따라 임신중절 시술을 제한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안영춘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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