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2014년 75살→올해 65살로
작년 진료비, 치과가 18%로 최다 증가
고령화로 수요 많아져 병원판도 바꿔
작년 진료비, 치과가 18%로 최다 증가
고령화로 수요 많아져 병원판도 바꿔
이아무개(72·남)씨는 몇년 전에 오른쪽 아래턱 어금니가 한 개 빠졌다. 당장 음식을 먹는 데 별 지장이 없고, 임플란트를 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그냥 어금니가 없는 채로 버텼다. 2년마다 무료로 받는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을 받을 때도 치과를 가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차일피일 미뤘다. 지난해 연말 이씨는 ‘70살 이상은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가까운 치과를 찾았다. 김씨는 “치과의사가 빠진 이는 임플란트를 하고, 충치와 치주염이 있는 다른 이들 여러개도 치료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임플란트 치료를 2개 하고, 충치가 있는 이 2개를 크라운으로 씌우고 치주염 치료를 받는 등 미뤘던 치아 관련 치료를 한꺼번에 하면서 총 300여만원을 썼다.
김아무개(75·남)씨는 지난 1월 길에서 넘어져 얼굴 피부가 5㎝ 가량 찢어지고 어금니 2개를 크게 다쳤다. 피부를 꿰맨 뒤 치과에 갔더니 둘 다 임플란트 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건강보험이 모두 적용돼 과거의 3분의 1 가격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병원 쪽은 설명했다. 김씨는 “이를 다치기 전까지는 평생 치과 치료를 받은 일이 거의 없었다”며 “이 2개를 임플란트 치료를 하니 음식을 먹는데 훨씬 편해져서, 최근에 또 다른 이에 대해서도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치과 의료비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급증세를 노인층이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틀니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 임플란트는 비용부담이 큰 편이어서 치료를 망설이는 노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노인들의 틀니·임플란트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최근 몇년새 순차 확대되면서 임플란트 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다른 치아질환 치료도 함께 받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9월에 낸 ‘2015년 진료비통계지표’를 보면, 의료기관 종류별로 나눠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의 증가폭을 비교한 결과 2014년에 견줘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치과 병원이었고 다음이 치과 의원이었다. 전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지난해에 44조9220억원으로 2014년의 42조270억원보다 6.9% 늘어났지만, 치과병원은 같은 기간 1382억원에서 1728억원으로 25%, 치과의원은 2조2884억원에서 2조7055억원으로 18.2% 증가했다. 외래에서 많이 보는 질환 가운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이 가장 큰 질환은 치주질환으로 2014년 9066억원에서 2015년 1조56억원으로 10.9% 늘었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1인당 2개까지·치료비 절반만 본인이 부담)은 지난 2014년 7월 75살 이상 노인부터 시작해 2015년 7월 70살 이상으로 확대됐고, 올해 7월부터는 65살 이상으로 적용 연령이 낮춰졌다. 임플란트 가격은 하나당 100만~200만원에 이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노인은 124만원 중 62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틀니는 임플란트보다 조금 더 빨리 2012년 7월 75살 이상 완전틀니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 뒤 점차 확대돼 올해 7월부터는 65살 이상 노인은 부분틀니, 완전틀니가 다 혜택을 받는다. 역시 치료비의 절반만 내면 돼, 완전틀니는 한턱(위턱·아래턱)당 54만원(레진)·62만원(금속)을, 부분틀니는 한턱당 약 65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건강보험당국은 인구 고령화로 노인층이 많아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치과 치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데다, 임플란트 등 고가의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자 치과 이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고령화 사회 달라지는 병원 판도의 한 단면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뒤 치과 진료비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그만큼 진료비 부담으로 치과를 가지 못한 노인층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 7월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나이가 5년 낮아져 65살 이상이 됐기 때문에 올해 치과 진료비는 지난해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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