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감염경로 확정 못해 골머리
일단 ‘바닷물 오염’에 무게 둬
똑같이 어패류 섭취했더라도
면역력·먹은 부위 따라 다른듯
이번 콜레라균 국내 없는 유형
국외 유입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일단 ‘바닷물 오염’에 무게 둬
똑같이 어패류 섭취했더라도
면역력·먹은 부위 따라 다른듯
이번 콜레라균 국내 없는 유형
국외 유입 가능성도 배제 못해
국내에서 15년 만에 발생한 국내 콜레라 환자의 감염 경로를 둘러싼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이후 국내에선 콜레라균 감염 환자가 신고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만 국외 감염 환자가 해마다 많게는 16명(2005년)까지 발생했는데, 이 마저도 2009년과 2012년, 2014년, 2015년에는 한 명도 없었다.
29일 보건당국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감염 경로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바닷물로 추정된다. 과거 수돗물이 보급되기 전 지하수가 오염돼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이후로는 바닷물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실제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2001년(142명)의 경우에도,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 담당자는 “2001년 9월의 경우 오염된 바닷물에서 자란 전어, 오징어, 멸치 등 어패류를 날로 먹은 사람들이 콜레라균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질본이 거제, 통영 등 남해안의 바닷물 조사 지역을 확대하고, 바닷물 채집 주기를 격주에서 매주로 바꾼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종전까지는 수족관이나 바닷물이라고 해도 연안에서 떠 온 것을 조사했는데, 이보다 먼 바다로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또 해수를 채집하는 해양수산부와 수산물품질관리원에 협조를 요청해, 채집된 해수를 질본이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바닷물 오염이 맞다면 콜레라균 감염 환자는 왜 두 명밖에 나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선 개개인의 면역력의 차이와 함께 콜레라균이 위산에 약하다는 점, 콜레라 균이 많이 서식하는 생선의 부위 등에 따라 감염 여부가 달라졌을 것이라 추정이 나온다. 우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은 콜레라균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섭취해도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위산의 양에 따라서도 감염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콜레라균은 상한 산성을 지닌 위산에 약하다. 제산제 등을 복용했거나 원래 분비되는 위산의 양이 적은 사람은 콜레라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콜레라균에 감염된 생선을 똑같이 먹더라도 아가미 등 콜레라균이 많이 분포하는 부위를 먹을 때 감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감염 경로는 국외 유입 가능성이다. 국외에서 콜레라에 걸린 제 3자가 경남 거제에서 콜레라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외에서 콜레라균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아예 없거나 가볍게 설사만 하다 회복된 경우라면, 출입국 때 검역에서 밝혀내지 못하거나 보건당국에 신고되지 않았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콜레라균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어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지난 22일과 25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두 명의 환자는 동일한 유전형의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는데, 두 사람이 각각 감염된 곳으로 보이는 교회와 식당은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다. 두 사람이 같은 콜레라 환자와 접촉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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