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 상반기 우리 국민들은 과일소주 등 도수가 낮은 술은 많이 마시는 대신 한번에 폭음을 하는 고위험 음주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8일~15일 전국 17개 시도에 사는 15살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술 소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과일소주 등 낮은 도수(13~14도)의 술은 1회 평균 음주량이 2013년 2.2잔에서 올해 상반기는 6잔으로 늘었다. 반면 맥주는 4.9잔, 소주는 6.1잔, 탁주는 3잔으로, 2013년의 각각 5.6잔, 6.4잔, 3.2잔보다 모두 줄었다. 1회 평균 음주량은 조사 대상 2000명 가운데 술을 마시는 1800여명이 술자리에서 술 종류별로 마시는 양의 평균이다. 식약처는 “술의 선택에 있어서 과거보다 맛과 향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술 소비 측면에서는 1회 평균 음주량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적정 음주량(저위험 음주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남성의 경우 우선 소주는 세계보건기구 적정 섭취 권고량인 5.9잔보다 1.4잔 더 마시는 수준이었으나, 맥주와 탁주는 적정 섭취 권고량인 5.6잔, 4.2잔에 견줘 각각 0.1잔, 0.8잔 덜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맥주, 소주, 탁주 기준 모두 적정 섭취 권고량인 2.8잔, 2.9잔, 2.1잔보다 각각 1.4잔, 1.6잔, 0.4잔 더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 동안 술을 마시는 사람들 가운데 고위험음주를 하는 비율은 2012년 66.2%에서 2013년 82.5%까지 크게 늘었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58.3%로 줄었다. 고위험음주는 17도 소주를 기준으로 남성은 한번에 8.8잔, 여성은 5.9잔 이상 마시는 경우를 말한다. 폭탄주를 마시는 비율도 다소 줄었는데, 올해 상반기는 45.7%로 2013년 55.8%에 견줘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술에 카페인이 많이 든 에너지음료를 섞어 마시는 ‘에너지 폭탄주’의 경우 올해 상반기는 12%로 2013년 11.3%에 견줘 다소 늘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위험 음주와 폭탄주가 줄고 있는 것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는 인식이 확산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의 경우 고위험음주, 폭탄주를 마시는 비율이 각각 65.2%, 50.1%로 다른 나이대보다 높아, 지속적인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건강한 음주 습관에 대한 조사에서는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다’는 응답자는 2013년 전체의 20.2%에서 올해 상반기는 41%로 크게 늘었고, ‘원하지 않는 음주는 거절한다’는 응답도 55.3%에서 55.7%로 다소 증가했다. 하지만 ‘술을 마실 때 음료, 물과 함께 마신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5.1%에서 33.8%로 감소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