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지난해 메르스 유행 백서 발간
신종 감염병 대처와 국민소통 능력 떨어져
지자체 대응능력 향상과 의료체계 개선 제언
신종 감염병 대처와 국민소통 능력 떨어져
지자체 대응능력 향상과 의료체계 개선 제언
“방역 리더십 부족과 부실한 국가방역체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을 불렀다.”
29일 발간된 ‘2015 메르스 백서: 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에서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밝힌 메르스 유행 당시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다. 메르스 유행이 종료된지 7개월, 복지부는 정부 대응인력 245명과 현장 전문가 등 46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메르스 유행 당시 어떤 대응을 했고,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등을 평가해 백서에 담았다.
우선 메르스 유행 당시 보건당국이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데다 감시체계 역시 허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메르스 첫 환자가 확인됐을 때 밀접 접촉자의 기준을 ‘2m 이내 1시간 이상 접촉’ 등으로 너무 좁게 설정하는 등 부실한 관리로 유행이 크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병원을 찾지 않을 정도로 불안에 떨었지만, 보건당국이 국민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메르스 환자들이 입원해 있거나 거쳐 간 병원 명단도 뒤늦게 공개해 오히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정보 공개가 늦다보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메르스에 대한 지나친 공포나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 명단이 돌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건당국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제대로 협조하는 대신 외려 갈등을 키운 점도 헛점으로 지적됐다. 백서에서 한 감염병 전문가는 지난해 메르스 유행 과정에 대해 “유행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줬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백서는 메르스 유행으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우선 전문성을 갖춘 지자체의 감염병 관리조직이 필요한 점을 꼽았다. 감염병에 대한 1차적 대응이 지역사회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응급실에 오래 대기하거나 간병 및 간호체계가 부실해 보호자가 간병하거나 자유롭게 병문안을 하는 점 등 의료체계 및 문화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유행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질병관리본부의 역량 강화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역량강화와 정부 관리체계 구축 △감염병 감시체계와 정보시스템 강화 △감염병 관리에 대한 윤리적 문제 개선과 심리지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신종 감염병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 뿐만 아니라,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보완하는 데 백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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