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1년 (상) 끝나지 않은 상처
메르스 피해 소송 나선 허영강씨
어머니 간병 위해 병원 들렀다가
평소 건강하던 아버지 감염 사망
어머니도 한달 뒤 아버지 뒤따라
정부 지시대로 격리…임종 못지켜
정부가 막아야 했던 메르스 사태
책임 못진 책임 지는 게 당연
메르스 피해 소송 나선 허영강씨
어머니 간병 위해 병원 들렀다가
평소 건강하던 아버지 감염 사망
어머니도 한달 뒤 아버지 뒤따라
정부 지시대로 격리…임종 못지켜
정부가 막아야 했던 메르스 사태
책임 못진 책임 지는 게 당연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기간에 허영강(39)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사망해 졸지에 고아가 됐다. 허씨가 기가 막힌 일은 평소 감기도 잘 앓지 않을 정도로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했던 아버지가 메르스에 감염돼 숨졌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어머니 간병을 위해 건양대병원을 찾았다가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메르스 환자에게 옮은 것이다. 이 메르스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이 사실을 모른 채 대전 대청병원을 거쳐 지난해 5월28~30일 건양대병원에 입원했는데, 그 사이 허씨의 아버지가 감염된 것이다. 허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6월5일 확진판정을 받아 국내 45번째 메르스 환자가 됐다.
허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더욱 의아한 것은 어머니가 폐암을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 1인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메르스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별로 없었는데도 감염이 됐다는 사실”이라며 “아버지는 노인들이 흔히 앓는 고혈압이나 당뇨조차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말했다. 허씨의 아버지는 메르스에 걸린 지 20일 가까이 지난 지난해 6월24일 결국 숨지고 말았다. 당시 방역당국은 “45번째 환자는 다른 질환이 없이 건강한데도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메르스에 걸려 사망했다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례”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허씨는 “아버지의 경우 평소 건강했기에 장례 절차 등을 고민도 해 보지 않았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정부의 지시대로 화장을 했다. 메르스 확진 뒤 격리되셨기 때문에 임종도 지켜볼 수 없는 불효자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허씨의 어머니도 아버지가 숨진 뒤 한달도 지나지 않아 폐암 증상이 악화돼 숨지고 말았다. 아버지가 메르스 감염이 확진된 뒤 허씨 자신이나 동생도 자가격리자가 돼 2주 동안은 집 밖을 벗어날 수 없어,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이유도 잘 모른 채 아버지가 메르스에 감염된 뒤 자신을 비롯해 집안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격리 신세에 있었고, 얼마 뒤 부모님 모두가 돌아가신 것이다.
허씨의 가족들은 지난해 7월 초 다른 메르스 피해 가족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지난해 10월, 올해 1월 두 차례 변론이 열렸다. 허씨는 “메르스 같은 감염병은 정부가 책임을 지고 막아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해 아무 잘못도 없는 아버지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책임지는 데가 없어 소송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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