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암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내어 면역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해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음. 오른쪽 그림은 면역항암제를 썼을 때 면역세포의 기능 강화로 암세포를 인식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고 있는 상황임. 엠에스디(MSD) 제공
최근 3세대 항암제로 부르는 면역항암제가 국내에서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제약회사 오노와 비엠에스(BMS)가 공동으로 만든 옵디보와 엠에스디(MSD)의 키트루다가 그 주인공이다. 1세대 항암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지만 정상 세포마저 파괴하는 단점이 있었고, 2세대 항암제인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하기는 하지만 암세포가 이 항암제에 견디는 성질 즉 내성이 생겨 치료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를 통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해 치료를 돕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흑색종을 앓았던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상당수에서는 치료 효과가 별로 없고 부작용만 겪는 사례도 있어 치료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또 면역항암제는 1년에 약 1억원이 들기 때문에 효과에 견줘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암세포 직접 죽이는 기능 대신
우리 몸의 면역력 높여 암 치료
치료 대상 명확하지 않고
면역계 부작용과 고비용이 문제 면역계가 암세포 알아보게 만들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우리 몸에 없었던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을 한다. 비록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어도 이 싸움에서 면역계가 이기면 아무런 증상 없이 치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과정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정상 세포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암세포도 마찬가지이다. 면역계는 거의 정상 세포처럼 생겼지만 성질이 다른 이 암세포를 우리 몸과는 다른 세포로 여기고 공격하여 없앤다. 그런데 암세포는 특정 물질을 내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만든다. 비유하자면 가면이나 복면을 쓰고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변장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이 가면이나 복면을 벗겨내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한다. 기존 항암제처럼 암세포나 정상 세포에 직접 독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토, 탈모, 소화장애 등과 같은 항암제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는 효과가 있다. 10명 중 2~3명 효과…수년 이어져 면역항암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앓고 있던 흑색종이 치료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흑색종은 피부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동양 사람보다는 백인들에게 흔한 암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4개월 동안 받은 시점에 흑색종 세포가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강진형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2~3가지 암에 대해 사용이 허가됐지만, 여러 암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사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암 환자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서는 흑색종과 일부 폐암 환자 10명 가운데 2~3명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이 치료 효과는 수년 동안 이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어느 환자가 이 항암제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 폐암의 경우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 견줘 4배가량 높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암 환자에게 쓸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자가면역질환 부작용·고비용 단점 모든 치료법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것처럼 면역항암제도 부작용이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활발하게 작용할 터전을 만들어주다 보니, 면역세포들이 정상 세포마저 공격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갑상선질환, 간염, 폐렴, 설사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사망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데,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값이 기존 항암제보다 너무 비싼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주 치료에 거의 900만원이 들기 때문에, 1년 치료비는 1억원에 이른다. 김범석 교수는 “고액의 치료비 부담 때문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존 항암제에 견줘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우리 몸의 면역력 높여 암 치료
치료 대상 명확하지 않고
면역계 부작용과 고비용이 문제 면역계가 암세포 알아보게 만들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우리 몸에 없었던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이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격을 한다. 비록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어도 이 싸움에서 면역계가 이기면 아무런 증상 없이 치유가 되는 것이다. 물론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과정을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정상 세포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암세포도 마찬가지이다. 면역계는 거의 정상 세포처럼 생겼지만 성질이 다른 이 암세포를 우리 몸과는 다른 세포로 여기고 공격하여 없앤다. 그런데 암세포는 특정 물질을 내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만든다. 비유하자면 가면이나 복면을 쓰고 도둑질을 하는 것처럼 변장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는 이 가면이나 복면을 벗겨내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한다. 기존 항암제처럼 암세포나 정상 세포에 직접 독성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토, 탈모, 소화장애 등과 같은 항암제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는 효과가 있다. 10명 중 2~3명 효과…수년 이어져 면역항암제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앓고 있던 흑색종이 치료되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흑색종은 피부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동양 사람보다는 백인들에게 흔한 암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4개월 동안 받은 시점에 흑색종 세포가 더는 발견되지 않았다. 강진형 가톨릭의대 종양내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2~3가지 암에 대해 사용이 허가됐지만, 여러 암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사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암 환자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서는 흑색종과 일부 폐암 환자 10명 가운데 2~3명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이 치료 효과는 수년 동안 이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문제는 어느 환자가 이 항암제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 폐암의 경우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치료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 견줘 4배가량 높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암 환자에게 쓸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자가면역질환 부작용·고비용 단점 모든 치료법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것처럼 면역항암제도 부작용이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활발하게 작용할 터전을 만들어주다 보니, 면역세포들이 정상 세포마저 공격해 각종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갑상선질환, 간염, 폐렴, 설사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렴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사망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데,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없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값이 기존 항암제보다 너무 비싼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주 치료에 거의 900만원이 들기 때문에, 1년 치료비는 1억원에 이른다. 김범석 교수는 “고액의 치료비 부담 때문에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존 항암제에 견줘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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