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전문가 이유석 셰프(가운데)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육아휴직 중인 <한겨레> 송호균(왼쪽)·윤형중 기자에게 양파배 이유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아빠기자, 셰프와 함께 도전
“어릴 때 이유식이라고 놀리는 친구들이 많아 치고받고 싸웠었어요. (웃음) 그런데 제가 다복이 아빠가 돼 이유식도 만들고 이유식 책도 내고 이렇게 아빠 기자들과 이유식도 만들다니….”
프랑스 요리 전문가 이유석(36) 셰프가 감회가 새로운 듯 말했다. 이 셰프는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블루리본스튜디오에 육아휴직 중인 <한겨레>두 기자 송호균(36)씨와 윤형중(32)씨를 초대했다. 최근 <이유석의 이유식>을 펴낸 그는 두 아빠 기자에게 이국적인 이유식을 소개하고 함께 만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세 아빠는 프랑스식 디저트 리오레의 이유식 버전인 타락치즈죽, 프랑스에서 모던한 조합으로 꼽히는 양파배 이유식, 인도·중앙아시아 요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병아리콩을 활용한 후무스 이유식을 함께 만들며 ‘아빠들의 아이 키우기 방담’을 풀어놨다. 한겨레티브이(TV)가 제작한 <아빠의 요리>영상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와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에서 만날 수 있다.
이유식 책 낸 이유석 프랑스요리 셰프
아빠들의 아이 키우기 수다 곁들여
색다른 세 가지 이유식 선보여 한 기자는 요리깨나 하는 ‘육아 달인’
다른 기자는 만들기보다 먹이기 전문
고정관념 깨니 새로운 눈이 뜨였다 비법? 무조건 해보는 게 먼저
이것저것 많이 넣지 말고
원재료 맛 그대로 살리는 게 최고
팁 하나, 죽 끓이는 냄비 차갑게
찌고 갈고 올리브오일 넣으니 별식
17개월, 2개월 된 두 아들을 키우는 송 기자는 ‘어쩌다’ 육아휴직을 1년 이상 하게 됐다. 첫째 육아휴직 중에 둘째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첫번째 이유식만은 아내가 만들어보고 싶어해 양보했다. 나머지 이유식은 내가 만들어 먹였는데 아들이 잘 먹었다”며 뿌듯해했다. 주간지 <한겨레21>에 음식칼럼도 연재했던 그는 요리를 즐긴다. 한겨레 남기자들 사이에서 ‘육아의 달인’으로 통하는 그는 이 셰프가 소개한 이국적 이유식 세 가지를 접한 뒤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졌다”며 기뻐했다.
“이유식엔 반드시 쌀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양파배 이유식은 부드럽고 단맛이 가미돼 둘째에게 한번 만들어 주려고 해요. 병아리콩만으로 만든 후무스 이유식은 고소하고 식감이 좋네요.”
송 기자는 그동안 쌀은 무조건 넣고, 집에 있는 식재료를 추가해 이유식을 만들었다. 한번 소고기죽을 만들었다면 다음엔 닭고기죽을 하고, 채소 가운데서는 무를 이용했다면 다음엔 당근을 이용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양파배 이유식은 쌀 없이 양파와 배를 충분히 찐 뒤 오일을 넣어 블렌더로 가니 별식이 됐다. 올리브오일을 이유식에 활용하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이 셰프는 이에 대해 “스페인 등 지중해권 나라에서는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이유식에 활용한다”며 “아이들이 입맛이 없을 때 이런 이유식을 해주면 잘 먹는다”고 말했다.
19개월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윤 기자 역시 “이유식 만들기가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이제까지 이유식을 만들기보다 먹이는 것을 담당해왔다. 윤 기자는 아이 밥 먹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어르고 달래서 먹이기, 놀아주면서 먹이기, 아이가 좋아하는 어린이용 김 얹어 먹이기, 뽀로로 만화영화 보여주며 먹이기 등 딸에게 음식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밥 먹이는 것조차 힘든 그에게 이유식 만들기는 오르기 힘든 산처럼 보였다. 윤 기자는 “이유식은 적은 양인데다 냄비에 눌어붙지 않게 계속 저어줘야 해서 힘들었는데, 찌고 블렌더로 갈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이유식이 있다니 새로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만 보였던 이유식 만들기가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조만간 태어나는 둘째에게는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용준 와도 안 떨렸는데 겁부터”
이 셰프는 이유식을 잘 만들기 위한 비법을 알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해보기나 했어? 무조건 해보라”고 잘라 말했다. 요리 경력 15년이 넘는 이 셰프도 처음 이유식을 만들 땐 많이 떨었다. 이 셰프는 “배용준과 같은 유명 배우가 레스토랑에 왔을 때도 그렇게 떨지는 않았다”며 “아이가 잘 먹을지, 아이에게 혹시 탈이 생기지는 않을지 처음 이유식 만들 때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유식을 만들었다고 한다. 경력 많은 요리사도 겁먹는 것이 이유식이니, 평소 요리 한번 안 해본 남자라면 이유식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이 셰프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일단 해보면 이유식은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무조건 해보는 것이 이유식을 잘 만드는 비법”이라고 말했다.
이 셰프는 또 “좋은 재료를 쓰고 원재료 맛에 충실한 게 가장 좋은 이유식”이라고 말했다. 이유식은 아이들에게 영양을 주는 역할뿐만 아니라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을 알려주는 미각 교육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지나치게 많은 식재료를 섞어 만들기보다, 한 번에 식재료가 서너 가지를 넘지 않게 해 재료 맛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윤 기자는 “다양한 식재료를 많이 섞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셰프가 만든 이유식을 먹어보니 원재료 맛이 살아나 더 맛이 있다”고 말했다.
이 셰프는 죽을 끓일 때는 밑바닥이 두꺼운 차가운 냄비에 재료를 넣고 끓이기 시작해야 쌀이 냄비에 눌어붙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저을 때는 냄비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부터 젓고, 영양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찜기를 적극 활용할 것도 권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아빠들의 아이 키우기 수다 곁들여
색다른 세 가지 이유식 선보여 한 기자는 요리깨나 하는 ‘육아 달인’
다른 기자는 만들기보다 먹이기 전문
고정관념 깨니 새로운 눈이 뜨였다 비법? 무조건 해보는 게 먼저
이것저것 많이 넣지 말고
원재료 맛 그대로 살리는 게 최고
팁 하나, 죽 끓이는 냄비 차갑게
<한겨레> 송호균(왼쪽) 기자가 삶은 병아리콩과 우유, 오일을 넣은 내용물을 블렌더로 갈아 후무스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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