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논쟁 가열
보험사들 “손해율 138% 달해”
올들어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
사업비 등 제외하고 계산한 결과
건보공단이 전체보험료 기준으로
손해율 산출해보니 약 80% 나와
보험사들 “손해율 138% 달해”
올들어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
사업비 등 제외하고 계산한 결과
건보공단이 전체보험료 기준으로
손해율 산출해보니 약 80% 나와
병원비를 보장해주는 실손보험 회사들이 최근 손해율이 높아 적자를 보고 있다며 큰 폭으로 보험료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쪽에서 이 손해율이 과장됐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실손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에 대한 검토 자료’ 보고서에서 “실손보험사들의 부가보험료 수입까지 고려해 손해율을 산출하면 2014년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약 80%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손해율’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에 견줘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의 비율로, 100%를 넘으면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에 견줘 보험사가 돌려준 보험금이 많다는 뜻이다. 보험회사들은 2014년 기준 손해율이 최고 137%에 이른다며 지난 1~2월 실손보험료를 최고 40%까지 대폭 인상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100원 낸다면 80원만 돌려주는 셈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건보공단의 손해율이 보험사 쪽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계산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손해율 계산은 ‘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로 하는 반면, 건보공단은 ‘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로 계산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보험금 지급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료인 ‘위험보험료’와 가입자 모집을 위한 광고·영업 등 사업 부문을 위한 보험료인 ‘부가보험료’로 나눈다.
보험사들이 부가보험료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건보공단은 추정치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보험통계연보를 참조했는데, 2014년 기준 손해보험시장의 전체 보험료는 74조7천억원이며 순사업비는 12조7천억원이기 때문에 부가보험료율을 17%((12조7천억원/74조7천억원)×100)로 추정했으며, 이를 실손보험에 대입해 적용했다. 보험개발원의 자료를 보면 2014년 실손의료보험의 위험보험료 수입은 총 2조3500억원이며 보험금 지급액은 총 2조2700억원이다. 이 수치에 부가보험료율을 17%로 책정해 산정하면 부가보험료 수입은 4800억원으로 전체 보험료 수입은 2조8300억원이 되고, 이에 따라 손해율은 약 80%로 나온다는 것이 공단 쪽의 설명이다.
건보공단 연구원의 이원길 부원장은 “이번 손해율 계산은 미국에서 민간의료보험의 손해율을 계산하는 방식대로 한 것이고, 국내 보험통계연보나 보험개발원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추계한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사의 손해율이 약 87%라는 자료도 있는 만큼, 보험 가입자인 국민이 정확한 손해율 자료를 비교하기 위해 부가보험료 규모를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전체 보험료 대비 보험금으로 손해율을 계산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미국 보험이 1년 단위 갱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2009년 실손보험이 표준화되기 전에 가입자 부담금이 0%인 곳도 많아 손해가 컸다”며 “또 건보공단이 부가보험료율을 17%로 놓고 계산했는데 이는 너무 높게 잡은 것으로, 건보공단 식으로 계산해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 감독 권한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관계자도 “분모를 위험보험료+부가보험료로 하려면 분자도 지급보험금+사업비가 돼야 맞는다”고 건보공단 쪽을 반박했다.
하지만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건보공단 쪽의 계산 방식은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타당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해율 계산을 할 때 민간보험사들은 부가보험료에 대해서는 특약 등이 있어 스스로도 파악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사의 손해율 자료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합리적 발전 방안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들과 마찬가지 방식(지급보험금/위험보험료)으로 계산한 결과 2014년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96.6%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수헌 유선희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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