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햄 유해 논란’ 엄마들의 ‘톡톡’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 주택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1호 씨실방에는 엄마 6명이 모였다. 최근 <독성 물질 잡는 해독 엄마>를 펴낸 출판사 나무발전소가 다양한 처지에 있는 엄마 6명과 환경정의에서 식생활 강연을 꾸준히 해온 남희정씨를 초대해 ‘우리 아이 몸에 쌓이는 화학물질’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엄마들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최근 소시지·햄·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이라고 발표한 뒤였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햄·소시지 섭취량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마들의 동의를 얻어 엄마 6명과 나무발전소 대표, 남희정 강사를 포함한 8명이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대화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매주 3~4번…죄책감 들었어 ㅜㅜ
WHO 발표 이제야 나오네 했네
오늘 처음 들었어. 부끄부끄
남편은 맛없다, 유별나다, 그냥 좀… 교육 제대로 시켜주면 안 되나
허용치 정해놨다고 안심 못해
습관 확 바꾸기 힘들어 좀 편하게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힘은 소비자뿐 늦둥맘: 친구들~ 아이 키우면서 화학물질 신경 많이 써왔어? 책 읽어보니 어땠어? 쌍둥맘: 나 죄책감 엄청 들었어. TT. 매주 3~4번은 햄·소시지 넣어 볶음밥 만들어 애들 먹였거든. 솔직히 난 안전한 먹거리 큰 관심 없었어. ‘안 좋은 거 알지만 뭐 어떡하라고’ 하는 마음이 더 컸지. 이번에 햄·소시지 문제 터졌을 때도 정부·언론 다 괜찮다고 했잖아. 모여맘: 정부 말 진짜 믿어? 난 세계보건기구 발표 보면서 ‘당연한데 이제야 나오네’ 했어. 얼마나 몸에 안 좋으면 자본의 논리를 뚫고 발표됐나 했지. 식품첨가물 가운데 위험한 게 얼마나 많은데…. 특히 햄·소시지에 붉은색 내기 위해 첨가하는 아질산나트륨은 많이 먹으면 혈관이 확장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낮아져. 우리 아이들 이제까지 안 먹였는데 잘했다 싶더라. 왕유난: 나름 왕유난 여사인데, 햄·소시지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어. 부끄부끄. 애 키운다고 언론에 귀 닫고 살았네. 허덕맘: 자기 왕유난 여사 맞아? 난 독박 육아라 허덕이지만, 그래도 뉴스는 본다고~. 유난맘은 당연히 햄·소시지는 아이들 안 먹였겠지? 왕유난: 당연하지. 거의 안 먹였어. 김밥 쌀 때 필요하면 생협 햄 사용했어. 남편은 “맛이 없다, 유별나다, 그냥 좀 먹자” 했지. 남편만 그러나? 천기저귀 쓰는 것 보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구석기 사람 취급을 했어. 그래서 조금 힘들고 불편했어. 솔직히 천기저귀 불편해. 질질 새고 집에서 냄새나고. 늦둥맘: 맞아. 나도 성미산 마을로 이사 오기 전엔 건강한 먹거리 정보를 잘 못 접했어. 마트에서 물건 사는 것이 당연했지. 우리 애 콜라 엄청 좋아했어. 그런데 이쪽으로 이사 온 뒤 보니까 콜라 먹는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더라. 여기에서 생활하면서는 내가 유난 떨지 않아도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은 먹거리 찾고 그러더라고.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생협 제품 많이 이용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연대 정말 필요해. 쌍둥맘: 그런데 말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 교육 제대로 시켜주면 안 되나? “사탕에는 안 좋은 색소가 많아요” “햄·소시지 먹으면 암 걸릴 가능성 높아져요” 이런 교육 말이야. 아침마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아이에게 사탕 쥐여주는 나 같은 엄마 많아. 아이가 그런 엄마한테 어린이집에서 배워서 “엄마, 사탕은 내 몸에 안 좋아”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밥상맘: 좋은 지적이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식생활 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무는 아냐. 유럽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 부작용이 먼저 발생했지. 텃밭 교육, 식생활 교육이 중요시되고 지금은 일상화됐대. 우리나라는 아직 자본의 힘이 커. 먹거리 시장이 커서 정부가 기업 입장 무시 못하지. 햄·소시지 괜찮다고 하는 것 봐. 화학물질들의 부작용은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잖아. 허용치 정해놨다고 안심할 수 없어. 정부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생각 오산이지. 허덕맘: 그러니까. 괜찮다는 정부한테 화가 나. 제발 정부가 국민 건강에 책임 있는 자세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 밥상맘: 그래도 이런 것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뭔지 알아? 소비자야. 소비자들이 나쁜 제품 안 사니까 기업이 바뀌더라. 하얀 딸기우유 나오는 거 보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색소 많이 쓰는 제품 불매 운동 벌이니까 기업이 바뀌더라고. 무딘맘: 우리 맘들 대단해. 대단해. 나 같은 경우 들은 것은 많은데 생활 습관은 한번에 바꾸기 힘들더라고. 종이기저귀나 물티슈 안 쓰기? 그게 인간한테 가능해? ㅋㅋㅋ 난 그런 건 아예 시도조차 안 했어. 나는 그냥 조금 편하게 실천해. 까칠맘: 어떻게 하는데? 궁금궁금. 무딘맘: 외식을 일주일에 세번 할 것을 한번만 하고, 아이에게 토요일날만 사탕을 주고 그래. 요구르트 사 먹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은 그냥 고맙게 먹게 해. 원칙 지키려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아예 옳은 소리 하는 것에 귀 닫는 사람 많이 봤거든. 즐겁게 실천하기도 중요한 것 같아. 까칠맘: 난 솔직히 아이 엄마 친구들이 생일파티날 사탕이나 초콜릿 줄 때면 참 곤란하더라고. 왕유난: 나도 그래. 햄·소시지 안 먹는데 선물받으면 처치 곤란. TT 쌍둥맘: 솔직히 난 이런 생각 한번도 못 해보고 살았어. 나도 이제부터는 조금씩 실천해야겠어. 우리 아이들이 좀 폭력적인데, 난 혹시 음식 탓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 왕유난: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받아. 동네 엄마들 몇몇이 모여 식생활 강사를 불러서 함께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야. 비용 부담 크지 않아. 그것도 부담되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그런 교육 해달라고 요구해보는 것도 방법이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참가자 소개
쌍둥맘(35): 4살 쌍둥이 키우는 직장맘. 최근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 갖게 됨.
무딘맘(37): 4살, 2살 아이 키움. 지나치게 원칙 지키는 것보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겠다는 생각.
왕유난(37): 4살, 2살 아이 엄마. 왕년엔 보육 교사였음. 천기저귀 쓰고 모유수유하고 된장도 직접 담가 먹음. 주변에서 유난 떤다는 소리 들음.
모여맘(35): 6살, 4살 아이 엄마로 생협 엄마들 모임 이끔. 친환경 먹거리부터 사교육 반대까지 원칙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까칠맘(40): 7살, 5살, 1살 세 아이 엄마. 어린이집 친구들이 아이에게 사탕·과자 주어 불만이지만 까칠맘으로 비칠까봐 끙끙 앓고 있음.
허덕맘(36): 3살 아이 키우는 번역가. 안전한 먹거리를 지금까지는 허덕허덕하며 고수했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무참히 무너지는 중.
늦둥맘(48): 둘째 아이 40살에 출산. 성미산 마을로 이사 와 밥공동체에 들어가 직장 생활이 가능해짐.
밥상맘(57): 환경정의에서 식생활 교육 10년째 하다 채식 위주의 식당 차림.
WHO 발표 이제야 나오네 했네
오늘 처음 들었어. 부끄부끄
남편은 맛없다, 유별나다, 그냥 좀… 교육 제대로 시켜주면 안 되나
허용치 정해놨다고 안심 못해
습관 확 바꾸기 힘들어 좀 편하게
그래도 이길 수 있는 힘은 소비자뿐 늦둥맘: 친구들~ 아이 키우면서 화학물질 신경 많이 써왔어? 책 읽어보니 어땠어? 쌍둥맘: 나 죄책감 엄청 들었어. TT. 매주 3~4번은 햄·소시지 넣어 볶음밥 만들어 애들 먹였거든. 솔직히 난 안전한 먹거리 큰 관심 없었어. ‘안 좋은 거 알지만 뭐 어떡하라고’ 하는 마음이 더 컸지. 이번에 햄·소시지 문제 터졌을 때도 정부·언론 다 괜찮다고 했잖아. 모여맘: 정부 말 진짜 믿어? 난 세계보건기구 발표 보면서 ‘당연한데 이제야 나오네’ 했어. 얼마나 몸에 안 좋으면 자본의 논리를 뚫고 발표됐나 했지. 식품첨가물 가운데 위험한 게 얼마나 많은데…. 특히 햄·소시지에 붉은색 내기 위해 첨가하는 아질산나트륨은 많이 먹으면 혈관이 확장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낮아져. 우리 아이들 이제까지 안 먹였는데 잘했다 싶더라. 왕유난: 나름 왕유난 여사인데, 햄·소시지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어. 부끄부끄. 애 키운다고 언론에 귀 닫고 살았네. 허덕맘: 자기 왕유난 여사 맞아? 난 독박 육아라 허덕이지만, 그래도 뉴스는 본다고~. 유난맘은 당연히 햄·소시지는 아이들 안 먹였겠지? 왕유난: 당연하지. 거의 안 먹였어. 김밥 쌀 때 필요하면 생협 햄 사용했어. 남편은 “맛이 없다, 유별나다, 그냥 좀 먹자” 했지. 남편만 그러나? 천기저귀 쓰는 것 보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구석기 사람 취급을 했어. 그래서 조금 힘들고 불편했어. 솔직히 천기저귀 불편해. 질질 새고 집에서 냄새나고. 늦둥맘: 맞아. 나도 성미산 마을로 이사 오기 전엔 건강한 먹거리 정보를 잘 못 접했어. 마트에서 물건 사는 것이 당연했지. 우리 애 콜라 엄청 좋아했어. 그런데 이쪽으로 이사 온 뒤 보니까 콜라 먹는 아이는 우리 아이뿐이더라. 여기에서 생활하면서는 내가 유난 떨지 않아도 아이가 자연스럽게 좋은 먹거리 찾고 그러더라고. 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는 생협 제품 많이 이용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연대 정말 필요해. 쌍둥맘: 그런데 말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아이들 교육 제대로 시켜주면 안 되나? “사탕에는 안 좋은 색소가 많아요” “햄·소시지 먹으면 암 걸릴 가능성 높아져요” 이런 교육 말이야. 아침마다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아이에게 사탕 쥐여주는 나 같은 엄마 많아. 아이가 그런 엄마한테 어린이집에서 배워서 “엄마, 사탕은 내 몸에 안 좋아”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아. 밥상맘: 좋은 지적이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식생활 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무는 아냐. 유럽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화학물질을 사용하면서 부작용이 먼저 발생했지. 텃밭 교육, 식생활 교육이 중요시되고 지금은 일상화됐대. 우리나라는 아직 자본의 힘이 커. 먹거리 시장이 커서 정부가 기업 입장 무시 못하지. 햄·소시지 괜찮다고 하는 것 봐. 화학물질들의 부작용은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잖아. 허용치 정해놨다고 안심할 수 없어. 정부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생각 오산이지. 허덕맘: 그러니까. 괜찮다는 정부한테 화가 나. 제발 정부가 국민 건강에 책임 있는 자세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 밥상맘: 그래도 이런 것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뭔지 알아? 소비자야. 소비자들이 나쁜 제품 안 사니까 기업이 바뀌더라. 하얀 딸기우유 나오는 거 보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색소 많이 쓰는 제품 불매 운동 벌이니까 기업이 바뀌더라고. 무딘맘: 우리 맘들 대단해. 대단해. 나 같은 경우 들은 것은 많은데 생활 습관은 한번에 바꾸기 힘들더라고. 종이기저귀나 물티슈 안 쓰기? 그게 인간한테 가능해? ㅋㅋㅋ 난 그런 건 아예 시도조차 안 했어. 나는 그냥 조금 편하게 실천해. 까칠맘: 어떻게 하는데? 궁금궁금. 무딘맘: 외식을 일주일에 세번 할 것을 한번만 하고, 아이에게 토요일날만 사탕을 주고 그래. 요구르트 사 먹이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은 그냥 고맙게 먹게 해. 원칙 지키려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아예 옳은 소리 하는 것에 귀 닫는 사람 많이 봤거든. 즐겁게 실천하기도 중요한 것 같아. 까칠맘: 난 솔직히 아이 엄마 친구들이 생일파티날 사탕이나 초콜릿 줄 때면 참 곤란하더라고. 왕유난: 나도 그래. 햄·소시지 안 먹는데 선물받으면 처치 곤란. TT 쌍둥맘: 솔직히 난 이런 생각 한번도 못 해보고 살았어. 나도 이제부터는 조금씩 실천해야겠어. 우리 아이들이 좀 폭력적인데, 난 혹시 음식 탓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 왕유난: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받아. 동네 엄마들 몇몇이 모여 식생활 강사를 불러서 함께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야. 비용 부담 크지 않아. 그것도 부담되면 어린이집 원장님에게 그런 교육 해달라고 요구해보는 것도 방법이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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