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모유가 아이의 지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양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모유수유는 산모와 아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산모가 모유수유를 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니세프 제공
생후 6개월 된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김경연(38·서울 마포구)씨는 최근 모유수유 관련 보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유수유, 자녀 지능 발달과 아무 상관 없다”는 뉴스 때문이다. 기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영국의 런던대학과 골드스미스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모유가 자녀의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김씨는 “모유가 여러 면에서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기사를 읽고 혼란스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능 발달과도 상관없다고 하고 모유 속 유해물질에 대한 보도들도 있어 모유수유에 대한 의지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1만여명 16살 전후까지 IQ 분석
영국대학연구팀 “무관” 발표 모유 용량·수유 기간 고려 안해
전문가 “모유수유 정의부터 허술” 1929년 지능 연관성 첫 제기
지역과 조건 따라 결과 다 달라 미숙아 인지·신경 발달엔 ‘특효’
변수 많지만 정서적 도움 등 장점 커 ■ 전문가 “모유수유 정의 허술” 이번에 소개된 연구에서는 영국 연구팀이 1994~96년 사이에 태어난 어린이 1만1582명을 대상으로 모유수유 여부와 지능지수(IQ) 발달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연구 대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4개월 전후로 모유수유와 아이큐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모유를 먹은 여아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아에 비해 지능지수가 다소 높았지만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아의 경우 모유수유 여부와 아이큐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후 연구팀이 이들 어린이가 16살 전후 청소년기에 이를 때까지의 아이큐를 분석했으나, 남녀를 불문하고 모유수유와 아이큐 간 아무런 함수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내 모유수유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와 지능 발달이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남수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회장(한양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모유수유와 지능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갑론을박은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다”며 “여러 지역과 여러 조건에서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와야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모유수유와 지능 사이 연관성은 1929년에 처음 제기됐다. 그 뒤 모유를 먹은 아이가 지능이 좋다는 연구 보고서가 꾸준히 발표됐다. 그러나 2006년 영국 글래스고대학 의학연구소의 제프 데어 박사가 모유수유와 지능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2006년 이후에도 모유수유가 아이의 인지 발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왔다. 2013년에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진은 생후 10개월에서 4살 사이의 건강한 영유아 133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최소 3개월 이상 모유만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분유만 먹거나 모유와 분유를 번갈아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두뇌 발달이 빨랐다. 당시 연구진은 무소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의 뇌 이미지를 촬영했다. 그 결과 모유 수유를 한 아이들은 뇌 백질과 회백질의 양이 다른 아이들보다 20~30%가량 많았다. 같은 해 우리나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국내 산모 1700여명과 그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됐다. 12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지 테스트와 동작 테스트로 이루어진 인지검사를 실시했는데, 모유만 먹고 자란 아이들은 분유가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인지 점수가 높았다. 이처럼 모유수유와 지능에 관한 연구 결과는 다양해서 후속 연구들이 더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유수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영국 대학팀의 연구는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정의를 매우 허술하게 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정유미 대한모유수유의사회 명예회장은 “논문을 살펴보니 모유수유에 대한 정의가, 처음 엄마를 인터뷰하면서 예, 아니오 여부만 물어보고 모유 용량이나 수유 기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연구의 기본인 모유수유 정의조차 허술하다면 그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며 “의미있게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상 인원이 많고 오랜 시간을 추적했지만, 평균 모유수유 기간이 4개월뿐인데다가 그것마저 모유를 하루에 몇번 먹였는지, 분유와 모유를 혼합수유 했는지 안 했는지 등을 묻지 않아 신뢰성이 낮다는 것이다. ■ 미숙아에겐 모유수유 특히 도움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사람에 대한 연구이므로 아이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는 등 매우 섬세한 연구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놓인 환경 자체가 아이를 양육하기 좋은 환경인 경우도 있어 모유만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이가 사는 지역, 부모의 경제 여건, 모유수유 기간, 모유 용량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모유수유의 영향력과 관련해 반론의 여지가 적은 사실도 있다. 바로 미숙아에 대한 모유수유의 긍정적인 영향력이다. 신경 발달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미숙아의 경우 모유수유가 아이의 인지 및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며 일관된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숙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아이들의 18개월, 30개월째 정신 및 운동, 행동 점수에서 모유를 많이 먹은 아이들이 훨씬 높은 점수를 보였다. 또 미숙아로 태어나 병원에 입원했던 아이들을 청소년기까지 장기 연구한 결과를 보면, 모유를 먹인 집단이 인지 검사 결과와 백질 등 뇌의 용적에서 훨씬 우수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엄마의 연령, 교육, 혼인 상태, 인종, 아기의 병적 상태 등 다양한 변수들을 조정한 뒤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엄마와의 애착, 정서 지능 발달 등 모유수유가 가진 장점은 많다”며 “현재까지는 모유수유가 가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아 모유수유할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영국대학연구팀 “무관” 발표 모유 용량·수유 기간 고려 안해
전문가 “모유수유 정의부터 허술” 1929년 지능 연관성 첫 제기
지역과 조건 따라 결과 다 달라 미숙아 인지·신경 발달엔 ‘특효’
변수 많지만 정서적 도움 등 장점 커 ■ 전문가 “모유수유 정의 허술” 이번에 소개된 연구에서는 영국 연구팀이 1994~96년 사이에 태어난 어린이 1만1582명을 대상으로 모유수유 여부와 지능지수(IQ) 발달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이 연구 대상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4개월 전후로 모유수유와 아이큐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보니, 모유를 먹은 여아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아에 비해 지능지수가 다소 높았지만 과학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남아의 경우 모유수유 여부와 아이큐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후 연구팀이 이들 어린이가 16살 전후 청소년기에 이를 때까지의 아이큐를 분석했으나, 남녀를 불문하고 모유수유와 아이큐 간 아무런 함수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내 모유수유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와 지능 발달이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남수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회장(한양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모유수유와 지능 발달의 상관관계에 대한 갑론을박은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다”며 “여러 지역과 여러 조건에서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와야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결과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모유수유와 지능 사이 연관성은 1929년에 처음 제기됐다. 그 뒤 모유를 먹은 아이가 지능이 좋다는 연구 보고서가 꾸준히 발표됐다. 그러나 2006년 영국 글래스고대학 의학연구소의 제프 데어 박사가 모유수유와 지능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2006년 이후에도 모유수유가 아이의 인지 발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왔다. 2013년에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진은 생후 10개월에서 4살 사이의 건강한 영유아 133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 최소 3개월 이상 모유만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분유만 먹거나 모유와 분유를 번갈아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두뇌 발달이 빨랐다. 당시 연구진은 무소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아이들의 뇌 이미지를 촬영했다. 그 결과 모유 수유를 한 아이들은 뇌 백질과 회백질의 양이 다른 아이들보다 20~30%가량 많았다. 같은 해 우리나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동안 국내 산모 1700여명과 그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됐다. 12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지 테스트와 동작 테스트로 이루어진 인지검사를 실시했는데, 모유만 먹고 자란 아이들은 분유가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인지 점수가 높았다. 이처럼 모유수유와 지능에 관한 연구 결과는 다양해서 후속 연구들이 더 축적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유수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영국 대학팀의 연구는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정의를 매우 허술하게 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정유미 대한모유수유의사회 명예회장은 “논문을 살펴보니 모유수유에 대한 정의가, 처음 엄마를 인터뷰하면서 예, 아니오 여부만 물어보고 모유 용량이나 수유 기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 명예회장은 “연구의 기본인 모유수유 정의조차 허술하다면 그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며 “의미있게 받아들일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상 인원이 많고 오랜 시간을 추적했지만, 평균 모유수유 기간이 4개월뿐인데다가 그것마저 모유를 하루에 몇번 먹였는지, 분유와 모유를 혼합수유 했는지 안 했는지 등을 묻지 않아 신뢰성이 낮다는 것이다. ■ 미숙아에겐 모유수유 특히 도움 전문가들은 모유수유의 영향에 대한 연구는 사람에 대한 연구이므로 아이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는 등 매우 섬세한 연구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은희 이화여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놓인 환경 자체가 아이를 양육하기 좋은 환경인 경우도 있어 모유만의 영향인지 아니면 다른 변수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이가 사는 지역, 부모의 경제 여건, 모유수유 기간, 모유 용량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모유수유의 영향력과 관련해 반론의 여지가 적은 사실도 있다. 바로 미숙아에 대한 모유수유의 긍정적인 영향력이다. 신경 발달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미숙아의 경우 모유수유가 아이의 인지 및 신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며 일관된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숙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은 아이들의 18개월, 30개월째 정신 및 운동, 행동 점수에서 모유를 많이 먹은 아이들이 훨씬 높은 점수를 보였다. 또 미숙아로 태어나 병원에 입원했던 아이들을 청소년기까지 장기 연구한 결과를 보면, 모유를 먹인 집단이 인지 검사 결과와 백질 등 뇌의 용적에서 훨씬 우수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엄마의 연령, 교육, 혼인 상태, 인종, 아기의 병적 상태 등 다양한 변수들을 조정한 뒤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엄마와의 애착, 정서 지능 발달 등 모유수유가 가진 장점은 많다”며 “현재까지는 모유수유가 가진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아 모유수유할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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