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돌본 뒤 병실을 나서고 있는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관련 검체를 국외에 보낸 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 때문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사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자발적으로 보낸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앞서 3일 질병관리본부는 검체 2건을 유전자 변이 여부 검사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29일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대책특별위원회의 18일 회의록을 보면, 지영미 질병관리본부 면역병리센터장은 “국립보건원 쪽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 데이터가) 굉장히 귀중한 자원이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 자원을 공유하고 가능하면 빨리 분석해 전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압력이 굉장해서 보냈다”고 밝혔다.
이는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국내 메르스 확진자의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한 생물자원인데 이를 미국에 그냥 보내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가 관련 정보의 국외 반출을 꺼린 건 메르스 관련 특허권을 확보하려는 판단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는 유전자 변이 등이 확인되면 혼란이 더 커질까 우려한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지 센터장은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구자의 입장에선 우리의 자원이라 밖으로 유출되는 건 꺼려하는 게 있다. 그래서 너무 많은 정보를 내보낼 수 없어 최소한도로 2개 정도만 보냈다”며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우리의 동의 없이 논문이나 특허 등을 사용할 수 없도록 ‘물질이전계약’(MTA)이라는 보호장치를 뒀다”고 말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염기서열이 공유되면 바이러스를 직접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검체 소유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여러 센터에서 메르스 유전자 분석에 대한 해석이 일치되면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는데, 결과 해석에 이견이 있을까봐 검체를 내보내는 걸 꺼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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