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튀니지에 사는 아버지가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뒤 고열과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이 나왔다. 다음날 아버지가 숨졌다. 장례식 사흘 뒤 아들한테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례 2: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는 그 병원이 메르스 진원지가 되자 평택박애병원으로 옮겼다. 간암을 앓던 아버지는 며칠 뒤 세상을 떠났다. 전날 메르스 검사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다. 열흘 뒤 아들한테 고열 등 메르스 증세가 시작됐다. 아들은 일주일 뒤 확진(양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24일 “평택성모병원과 평택박애병원에서 환자를 간호한 가족(178번째 환자)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감염 경로가 모호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178번째 환자 ㄱ(29)씨의 아버지(62)는 5월18~29일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다 메르스 탓에 병원이 폐쇄되자 평택박애병원으로 옮겨 6일까지 입원해 있었다. ㄱ씨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첫번째 환자한테서 감염됐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발열이 시작된 16일은 잠복기(14일)를 한참 지난 탓이다. ㄱ씨가 평택박애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5월31일 119번째 환자(평택경찰서 경찰관)와 52번째 환자가 방문했지만 병실과는 거리가 있고, 그동안 이 병원에선 확진 환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남은 가능성은 아버지한테서 메르스가 전파된 ‘가족 간 감염’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6일 사망하기 전 받은 메르스 1차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와 유사한 국외 사례가 있다. <한겨레>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고된 ‘메르스 발병 사례’를 봤더니, 튀니지에서 닮은꼴의 ‘가족 간 감염’ 사례가 존재했다.
보고서를 보면, 2013년 한 튀니지 남성(66)이 카타르에 있는 딸(30)을 만나고 돌아온 뒤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에 입원해 닷새 만에 사망했다. 숨지기 전날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을 간호한 아들(34)은 장례식 사흘 뒤부터 고열 등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들은 외국에 다녀온 적이 없고 튀니지에서는 메르스 감염이 처음이어서 아들은 아버지한테 감염됐을 가능성밖에 없었다. 이에 튀니지 보건당국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아버지 혈청을 보내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메르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1차 검사 때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추가검사에서 양성으로 뒤바뀐 사례가 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ㄱ씨가 아버지한테서 전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이다.
건설노동자인 ㄱ씨는 아버지가 음성 판정을 받자 격리 대상자에서 빠져 있었다. ㄱ씨는 증세가 나타난 뒤에도 닷새 동안이나 평택박애병원 등을 방문하고 일상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하기는 17일 이후 일주일 만이어서 주민들 사이에 메르스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평택/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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