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범위 좁게 정한 실책 반복
삼성서울병원 폐쇄 무기 연장
삼성서울병원 폐쇄 무기 연장
‘좁은 격리 범위→관리망 밖 환자 발생→격리 범위 확대 및 병원 부분 폐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접촉자의 격리 대상을 초기에 좁게 정했다가 결국 병원 부분 폐쇄까지 부른 삼성서울병원 사례가 건국대병원에서 재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건국대병원의 격리 범위가 좁게 설정된 탓에 여기서 벗어난 170번째, 176번째 환자가 나왔다”며 “격리 범위를 6층 전체 병동으로 확대하고 병원 부분 폐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건국대병원은 이날부터 출입과 면회가 제한되고 신규 외래 진료와 입원이 중지된다.
보건당국의 건국대병원에 대한 ‘뒷북’ 방역 조처 과정은 삼성서울병원의 선례와 판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4번째 환자가 5월27~29일 사흘간 응급실에 머문 사실을 5월29일 통보받았지만 일부 접촉자만 격리 조처하고 병원을 정상 운영했다. 그러다 추가 확진자가 쏟아지고 12일 응급실 이송요원의 감염이 확인되자 다음날 부분 폐쇄 조처를 취했다.
건국대병원도 6일 이 병원에 머문 환자(76번째)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같은 병동에 있던 인접 환자만 격리시켰다. 170번째·176번째 환자는 격리 대상자에 들어 있지 않았다. 두 환자가 어떤 경로로 감염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관리망에서 빠진 170번째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뒤 경기도 구리의 여러 병의원을 전전하다 21일 확진됐다. 보건당국이 건국대병원의 격리 범위를 처음부터 넓혔더라면 관리망 밖의 추가 환자가 메르스를 옮길 위험성을 충분히 줄일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관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단계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메르스 유행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병원 내 방역 범위를 기존보다 더 넓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초 24일까지로 예정된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조처는 무기한 연장됐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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