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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 한 달, 여전히 궁금한 네 가지

등록 2015-06-21 20:14수정 2015-06-24 10:07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21일 오전, 이 병원 본관 앞 벽면에 의료진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설치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21일 오전, 이 병원 본관 앞 벽면에 의료진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이 설치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
“중증 환자들 기침 잦은 병원에선 공기로도 전파 가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환자가 확진된 지 한달여가 지나면서 확산세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일반인의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근저엔 메르스에 대한 정보와 경험 부족이 깔려 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은 반면 감염력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유의미한 유전자 변이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병원 안 감염’이 두드러지는 한국적 특성에 기대어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기도 한다. <한겨레>는 이 분야 전문가 5명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통화 등으로 메르스의 감염 경로, 잠복기, 치사율, 감염력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대체로 “지역사회 전염이 일어나기는 어렵고, 병원 안 공기전파 가능성은 높다”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① 공기전파냐 비말전파냐

메르스는 바이러스가 사람의 호흡기 등에 감염돼 생긴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콧물이나 침, 가래)에 묻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질병관리본부(질본)가 ‘2m 이내, 한시간 이상’이라는 범위를 정한 이유다. 그러나 이런 감염 경로는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대규모 환자 발생을 설명하지 못한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 “어떤 사람이 2m 이내에서 기침하는 환자가 배출한 침방울로 전염되면 비말전파, 이 환자가 퇴원한 병실의 옆방에서 두 손을 쓸 수 없는 환자가 감염되면 공기전파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 둘이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는다.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통상 침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 밖에서도 한동안 미세한 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미세 ‘에어로졸’(작은 물방울이나 고체)이나 비말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굉장히 멀다. 3㎛(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보다 작은 크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며 가라앉지 않는다.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 20~30m를 날아갈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지난해 12월 환자한테 직접 노출되지 않은 의료진이 감염되고, 낙타 목장에서 채취한 공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된 걸 근거로 방역 기준을 ‘비말’(droplet)에서 ‘공기운반입자’(airborne)로 수정했다.”

강철인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특수한 환경에서는 공기감염 형태로 전파될 수 있다. 심한 폐렴 발생 직전 등 바이러스가 많은 상태에서 기침을 하면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 마치 공기전파처럼 감염될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 “공기감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병원은 바이러스 배출이 많은 오염된 환경이다. 따라서 비말이 응급실 손잡이 등에 묻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다른 사람이 만져서 전염(간접 접촉에 의한 전염)된 것으로 봐야 한다.”

채윤태 한전병원 감염내과장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입원병실 환경과 비슷한 기온 20도, 습도 40%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72시간까지 생존했다. (공기를 통한 감염이라기보다) 여기저기 묻어서 살아 있는 바이러스에 접촉해 감염이 이뤄졌을 수 있다.”

② 치사율과 기저질환 상관관계
“정부 계산방식은 치사율 낮게 보이는 착시 불러”

사우디에서 메르스 치사율이 40%로 알려져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21일 현재 국내 메르스 환자의 치사율은 15%에 이른다. 방역 초기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로 사망하는 경우가 만성신부전·천식·폐렴 등 기저질환자들한테서 주로 일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건강했던 사람들이 숨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오명돈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를 분자와 분모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정확한 치사율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확진받은 사람이 10명이라도 그 사람이 살지 죽을지는 퇴원한 뒤에야 알 수 있다. 현재 방식으로는 치사율이 낮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 보정하려면 확진 뒤 2주일 정도면 사망할 만한 사람이 사망한다는 가정 아래 2주 전 확진자 수를 분모로 잡는 방법이 있다. 위기소통의 원칙에 ‘지나치게 안심시키기 금지’가 있다. (보건당국이 의도적으로) 치사율을 낮게 발표해서는 안 된다.”

이재갑 “지금은 사망 원인이 기저질환이 있어도 메르스로 다 잡힌다. 하지만 암에 걸린 상태에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 암 치사율로 잡힌다. 현재의 치사율은 정확한 것이 아니어서 경향성을 보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중동에서도 기저질환이 없고 50살 이하인데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기저질환자는 사망하기 쉽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보건당국이) 얘기했어야 한다.”

강철인 “건강한 사람도 많은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한다. 감염 당시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14번째 환자에게 노출된 35번째 환자(삼성서울병원 의사)도 14번째 환자 옆에 있던 환자를 30분가량 진료했는데 그때 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③ 지역사회 감염 여부
“사우디에선 병원 밖 가족 접촉 감염 다수 보고”

메르스는 감염 경로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사람 간 밀접 접촉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격리 대상자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병원 밖 감염은 없을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설명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강철인 “지역사회 감염은 병원을 가지 않았는데 메르스가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아직까지 이런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이 없는 사람들도 많은 검사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오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재갑 “사스·신종플루도 증상이 나타나야 감염능력이 있다. 메르스 환자가 거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고, 이때는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은 시기다. 이런 이유로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오명돈 “병원 안 감염은 공간 중심 개념만이 아니라 행위 중심 개념으로도 확장해봐야 한다. (민간구급대 운전자 감염 사례처럼) 병원 밖이라도 의료행위 도중에 감염이 일어나면 의료 관련 감염병으로 봐야 한다.”

채윤태 “사우디 사례를 보면 가족 간 밀접한 접촉에 의한 감염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

④ 잠복기
“증상 나타난 날짜는 주관적이라는 문제 있어”

보건당국의 메르스 대응 지침에 메르스 잠복기는 5일(2~14일)로 돼 있다. 사우디에서도 환자의 95%가 이 잠복기 안에 발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최대 잠복기(14일)를 지나 증세가 나타난 환자들이 잇따랐다.

오명돈 “잠복기는 자동으로 나오는 것도, 세계보건기구가 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환자가 발생하면 감염원에 노출된 날짜, 발병한 날짜를 확인해 두 날짜가 확실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 정한다. 현재 교과서에 실려 있는 메르스 잠복기는 중동에서 진단된 환자 1000명 이상에게서 검증된 수치다. 만약에 우리나라 환자 중 노출과 발병 날짜가 분명한 환자가 노출 16일 만에 발병했다면 이 사람의 잠복기는 16일이 된다. 잠복기 계산은 산수다. 다만 증상이 나타난 날짜는 주관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재갑 “보통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감염병 잠복기를 정규분포 곡선으로 95% 이내로 잡는다. 예외는 나올 수 있다. 99%까지 잡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채윤태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에 따르면 호흡기 증상 전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 증상이 선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의 사례만으로 잠복기를 늘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지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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