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로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경기 평택성모병원 안에서 첫번째 환자(68)가 퍼뜨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확진된 환자는 12일 현재 37명이다. 첫번째 환자는 다른 병원 두 곳의 의료진까지 합해 39명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다. 의료계에서는 한 사람이 8명 이상 감염시킨 경우를 슈퍼전파자라 일컫는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줄 모르고 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 입원해 17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16번째 환자(40)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한테 메르스를 감염시킨 이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14번째 환자(35)로 이날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60명, 앞서 들른 평택시 굿모닝병원에서 3명 등 모두 63명에게 전파했다. ‘14번 환자발’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14번 환자는 응급실 밖에서도 환자를 감염시켰다. 그가 ‘울트라 슈퍼전파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평택성모병원에서 메르스가 확산된 원인에 대해 “메르스 바이러스는 비말(침·콧물)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2m 안에 있는 밀접 접촉자에게만 전염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보고였다. 그러나 (1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에 환기구나 배기구가 없어) 밀폐된 공간에 축적돼 있다 창을 열었을 때 공기의 흐름에 의해 팽창 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14번 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개방형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1번 환자의 밀폐된 병실과는 다른 상황이어서다.
대책본부는 메르스의 또다른 감염경로로 ‘접촉에 의한 전염’도 염두에 두고 있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온 비말이 문고리나 화장실 손잡이, 의료기기, 의료진의 옷 등에 묻어 있다 그것을 만진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인 최보율 한양대 의대 교수도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병동에서 근무한 의료인들을 통해 접촉에 의해 퍼져나갔을 가능성에 대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4번 환자 삼성병원 안 이동 경로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접촉에 의한 전염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진 14번 환자의 전파 상황을 설명하는 데도 설득력이 크다. 대책본부는 이날 “14번 환자가 입원 첫날인 지난달 27일에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나머지 이틀은 거의 침대에 누워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발 확진자 60명 가운데 응급실에 27일 하루만 들렀던 사람은 37명인 데 비해 28일 하루만 방문한 사람은 4명에 그쳤다. 접촉에 의한 전염은 지난달 27일 외래진료를 왔다 응급실 밖임에도 메르스에 걸린 115번 환자(77·여)의 감염경로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기 전 평택에서 서울까지 타고 온 시외버스 안 승객 5명이 모두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상황도 설명이 된다. 당시 이 환자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119 응급차를 부를 정도로 쇠약했던 상태였던 점에 비춰 버스 안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승객들보다 뒤에 내렸다면 이들이 환자한테서 나온 비말을 만질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이 메르스 감염경로라면 1시간 이상 좁은 버스 안에 있던 이들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환자를 10분 동안 만난 청원경찰이 전염된 것에 비춰봐도 그렇다.
만약 접촉에 의한 전염이 한국형 메르스의 감염경로라면 ‘마스크 쓰기’보다는 ‘손씻기’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캡슐처럼 생겼는데 외피가 약해 손을 비누로 2분 이상 씻으면 99% 죽는다. 물로만 씻어도 97%의 효율이 나온다. 그러나 물티슈로는 50%밖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김지훈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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