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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 환자 열에 아홉 고열, 셋은 기침…아무런 증상 없는 사람도”

등록 2015-06-09 19:59수정 2015-06-10 10:11

 한 청원경찰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서 현관문을 소독하고 있다. 이 병원 청원경찰은 지난달 26일 응급실을 찾은 6번 환자(71·사망)를 안내한 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됐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 청원경찰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앞에서 현관문을 소독하고 있다. 이 병원 청원경찰은 지난달 26일 응급실을 찾은 6번 환자(71·사망)를 안내한 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됐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메르스 환자 58명 임상 분석해 보니
혈액 투석 병원 덮친 사우디와 달리
콩팥 환자 감염 아직까진 없어
정부, 폐렴 환자 모두 조사키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환자 열에 아홉은 고열에 시달리고, 셋에 한 명은 잦은 기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예 증상이 없는 사례도 발견됐다. 또 메르스가 처음 발병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환자의 절반가량이 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었으나 한국은 아직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사율이 40%에 이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국내의 경우 7%대에 그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메르스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교수)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내 메르스 환자 58명의 임상 양상을 발표했다. 이를 보면, 환자의 89.6%(52명)가 고열에 시달리고 34.4%(20명)는 기침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래가 끓어오르는 이와 근육통이나 심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이도 각각 13명(22.4%)이었다. 환자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초기에는 중증이 다수를 차지하다 나중에 경증이나 무증상 사례가 나타나, 앞으로 추이를 좀더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이한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콩팥 쪽 이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국내에는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메르스 환자의 절반가량은 감염 전부터 콩팥 쪽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고 감염 뒤에도 콩팥 쪽에 심각한 증세가 나타나 혈액투석 등의 조처를 취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국내 메르스 발병 초기 폐렴 외에 만성신부전증 등 콩팥 관련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의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런 부분이 아마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치명률(치사율)이 낮은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이날 현재 95명의 확진자 가운데 7명이 숨져 7.4%대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0%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사이에 이런 차이가 나는 건 우연일 뿐 기후나 식생활 등 특별한 배경이 작용한 건 아니라고 본다. 김태형 순천향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이 혈액투석 환자가 많은 곳이었다”며 “우발적인 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뚜렷한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탓에 의료진은 메르스 환자들에게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인터페론(44%)을 비롯해 간염 치료제로도 쓰이는 리바비린(48.0%) 등을 따로 쓰거나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세균성 폐렴의 추가 발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 처방을 받는 경우도 55.7%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메르스에 감염됐는데도 일선 병원에서는 단순한 폐렴 증상으로 분류돼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전국의 병원에 입원중인 15살 이상 폐렴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10일부터 메르스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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