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민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대유행’에 대한 우려와 달리 오명돈(사진) 서울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는 지난 3년간 전세계로 퍼져나가지 않았다”며 “지역사회(병원 밖 감염)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메르스에 대처하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종합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민간 전문가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국내 감염내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왜 메르스 확진 환자가 계속 늘고 있나?
“병원 안에서 환자에게 노출된 사람들이 잠복기를 거쳐서 발병하고 있다. 초기대응 실패로 의료기관 안에서 확산이 지속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초기 2차 감염자와 밀접 접촉해서 격리 대상이 됐던 사람들 중 확진 환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중국에 간 메르스 환자가 탔던 비행기 승객 중 확진 환자가 나오는지, 우리나라 메르스 환자 때문에 중국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될지 등이 앞으로 메르스의 확산 여부를 판단할 징후들이다.”
-이번 주말부터 다음주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 곧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와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 생존율이 낮아져 메르스 확산 속도도 낮아질 거란 얘기도 있는데, 메르스가 병원 밖 지역사회까지 확산돼 대유행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현재 의료기관 전염이 그대로 지역사회에서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바이러스를 많이 가지고 있고 기침이나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배출할 위험이 높아 어떤 전염병이라도 확산이 잘 일어난다. 진료 중에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와 밀접한 거리에서 접촉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가장 전파되기 쉬운 장소다.
또 그동안 중동 여행 중 메르스에 걸린 상태로 비행기를 탔던 사람은 있지만 함께 비행기를 탄 사람에게 전파된 적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환자가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26건 있었는데 280명의 가족 중 전염된 사람은 12명(4%)뿐이었다. 기존의 메르스 바이러스와 현재 우리나라의 메르스 바이러스가 같다면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차분히 대응해도 된다고 본다.”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메르스를 처음 발견한 이집트 바이러스 학자 알리 무함마드 자키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기를 통해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했다. 공기 중 감염 확률은 정말 없는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발표한 자료는 (메르스가) 비말(침 또는 콧물 등 공기 중으로 퍼지는 액체) 형태로 전파된다고 본다. 병원 안에서 2m 이상 먼 거리까지 전파된 사례도 있지만 이는 병원의 특수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 공기 중 전파라고 말하지 않는다. 공기 중 전파될 수 있는 전염병이라면 메르스가 지난 3년간 전세계로 퍼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메르스 치사율이 40%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
“의료기관에서 메르스에 걸린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할 때 지닌 병(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하다. 그러나 2차 감염으로 걸리거나 건강한 사람들의 치사율은 훨씬 더 낮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이 커진다는 지적이 있다.
“의료기관을 공개하면 메르스 의심환자를 어느 병원에서 진료할까? 그러면 메르스 의심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의료기관을 공개하기 시작하면 일선 의료기관의 진료업무가 마비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암환자 등 진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게 돼 큰 의료대란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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