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2명의 환자 사망 소식이 알려진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안에 설치된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 앞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들과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0대 여성, 천식·고혈압·관절염
70대 남성, 신장암 등 앓은 경력
확진자중 50대 이상 8명 불안정 3명
전문가들 “지병·고령 아니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 없어”
70대 남성, 신장암 등 앓은 경력
확진자중 50대 이상 8명 불안정 3명
전문가들 “지병·고령 아니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 없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려 지난 1일 숨진 환자 2명은 애초 천식이나 신장 질환 등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하자 ㅍ병원에 입원했다가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ㄱ씨한테서 감염됐다. 앞서 메르스를 경험한 중동 지역의 사례를 보면, 전염에 따른 사망 위험이 높은 환자군은 50대 이상이고 신장·호흡기 질환을 가진 이들인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재연된 셈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일 “지난 1일 오후 4시께 숨진 첫 사망자(57·여)가 천식과 고혈압,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 탓에 지난달 11일부터 ㅍ병원에 입원했다. 그 뒤 같은 병원에서 15~17일 사이 ㄱ씨와 접촉이 이뤄져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관절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스테로이드)을 먹고 부작용을 보이기도 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이 환자의 경우 50대 이상, 만성호흡기질환인 천식,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같은 위험 요인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감염 뒤에는 호흡곤란 증상이 더욱 악화돼 지난 25일 ㅅ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폐 기능이 크게 떨어져 산소포화도 수치가 이미 정상보다 크게 낮았다. 사망 당시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두번째 사망자(71·남)는 대책본부가 지난달 30일부터 사망 위험 환자로 분류해 왔다. 6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그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을 앓았던데다 지난 2011년에는 신장암으로 신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15일부터 발열 등의 증상으로 ㅍ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ㄱ씨와 접촉한 뒤 2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우주 이사장은 “두번째 환자 역시 고령, 만성폐쇄성폐질환, 한 쪽 신장이 없는 등 3개 이상의 위험 요인을 지녔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두 사망자 모두 중증질환이 있어 메르스에 더 취약한 상태였는데, 메르스 감염 탓에 평소 질환이 더 악화돼 숨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사망자 사례는 중동 등 다른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채윤태 한전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당뇨·고혈압·만성심장질환·만성신장질환 등 중증질환과 함께 고령이라는 위험 요인을 1개 이상, 평균 3개씩 가진 사람이 사망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중동과 국내의 사망 사례로 비춰, 현재 확진 환자 중에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0대 이상 확진 환자가 8명이고, 대책본부가 밝힌 ‘불안정 상태’ 환자도 3명이다. 또 첫 사망자처럼 ㅍ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뒤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아직 메르스 확진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다른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해도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치사율이 40%였던 중동에서도 50살 미만이거나 평소 만성질환이 없던 메르스 전염자가 사망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확진 환자 가운데도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던 이들은 완치 판정을 앞두고 있다. 첫 감염자인 ㄱ씨의 부인(63)과 ㄱ씨가 찾은 세번째 의료기관의 의사(50)가 그런 사례다. 또 ㄱ씨가 첫번째와 두번째 찾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들도 상태가 양호하다. 심장·신장질환 등 지병이 없거나 고령이 아니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게 관련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최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 동안 추가로 고열이나 기침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더 이상 위험이 없는 것으로 본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는 어떻게 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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