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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괴담’의 진원지로 드러난 정부…‘메르스 부채질’ 연발

등록 2015-06-02 11:53수정 2015-06-02 22:57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떠나는 한 의료봉사단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떠나는 한 의료봉사단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 초동 대처 실패 5가지]
“공기 통해 전파” 복지부가 작성한 문답 자료에 나와
첫 감염자 검사 요청 묵살하고 접촉 환자 격리도 실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과 관리를 맡은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해 메르스 확산을 방치하면서 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최초 감염자가 메르스 검사 요청을 했는데도 보건당국이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5가지를 모아봤다.

1. 최초 감염자 메르스 검사 요청 묵살한 질병관리본부

메르스에 감염된 최초의 메르스 환자 ㄱ(68)씨는 지난달 17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진료를 하던 해당 병원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했고, 환자가 중동지역인 바레인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한 뒤 18일 오전 질병관리본부에 확진 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며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되레 병원 쪽에 12가지 다른 호흡기 검사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병원은 12가지 검사를 다 해봤지만 음성 판정이 나오자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검사를 다시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쪽에 “만약 메르스가 아니면 해당 병원이 책임져라”는 단서까지 붙였다고, 국민일보는 보도했다. 결국 병원 쪽이 최초 검사를 요청한 시점보다 이틀이나 지난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왔다.

▶관련 보도 : 국민일보 ‘“메르스 검사 안 하면 고위직 친척한테…” 보건당국 움직인 한마디’

2. 메르스 위험국가 7개국으로 한정해 지정한 정부

정부가 세운 메르스 위험국가 기준은 중동 7개국이다. 사우디아라바이, 아랍에미리트, 예멘, 오만, 카타르, 요르단, 쿠웨이트 등이다. 자체 환자가 발생한 나라만 꼽았다.

최초 감염자 ㄱ씨가 바레인에 다녀온 사실이 확인된 뒤에야 보건당국은 뒤늦게 위험국가 기준을 중동 10개국으로 확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바레인, 이란 등 중동 전 지역 13개국을 위험·경계국가로 보고 있다. 처음부터 위험국가 지정을 폭넓게 해뒀으면 최초 감염자에 대한 검사 역시 즉시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하거나 융통성없이 적용했다”고 시인했다.

▶관련 보도 : 중앙일보 미국은 ‘메르스 위험국’ 중동 13국 지정, 한국은 7곳만

3.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환자들 격리 실패

최초 감염자 ㄱ씨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린 한 환자가 이 병원에서 퇴원했다가 곧바로 두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찾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 다른 환자 역시 같은 기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 뒤 의료기관 두 곳을 찾았다.

보건당국이 격리 대상을 같은 병실 환자로 제한한 탓에 자유롭게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결국 이 환자가 들른 의료기관 4곳의 의료진도 격리 대상에 올랐다.

4. 감염 우려 환자 682명인데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105개뿐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의하면, 첫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거나 2차 감염 환자들과 접촉해 3차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는 모두 682명이다. 대책본부는 이들을 집이나 시설에 격리했다.

하지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조사결과를 보면, 에볼라나 메르스 등과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한 음압시설(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모두 105개뿐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결핵 등 다른 감염 환자의 격리병상을 비워달라고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시 필요한 격리병상을 평소에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바람에 일어난 난맥상이다.

▶3번과 4번 관련 보도 : 한겨레 ‘격리병상 부족해 결핵환자 내쫓고…국가방역체계 ‘총체적 구멍’’

5. 불신 퍼뜨려 놓고 괴담 처벌한다고?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해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불신을 확산시킨 것에 더해 최근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허위 사실까지 퍼뜨린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누가 누굴 처벌한다는 거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를 보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2일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홍보자료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침 또는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비말)이나 공기 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이 ‘오보’는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메르스 공기전파론’은 보건복지부와 감염 전문의들이 대표적인 ‘괴담’으로 꼽고 있는 낭설이다.

▶관련 보도 : 미디어오늘 ‘[단독] 공기전파 괴담? 복지부 산하기관이 유포’ 보건복지부도 열흘 전 “메르스 공기 전파” 주장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그래픽 뉴스] 메르스는 어떻게 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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