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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병원의 ‘첫 환자 메르스’ 보고에도…정부는 즉시 대처 안했다

등록 2015-06-01 20:15수정 2015-06-01 21:01

국가방역체계 ‘총체적 구멍’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기 대응에 안이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첫 환자를 확진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즉시 대처에 나서지 않으면서 접촉자 추적이 하루 이상 늦어졌다. 또 최초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중소병원이다 보니 감염관리가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볼 수 있었지만 이를 해당 병원에만 맡겨둬 메르스 확산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첫번째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
발생국 아니다는 이유로 무시
30시간 허비한뒤 확진 이뤄져

국가지정 격리병상 부족하자
결핵환자들에게 퇴원 종용도

■ 바레인 등 중동 전체로 뒤늦게 확대

첫 환자 ㄱ씨는 지난달 11일 기침·발열 등 메르스 증상을 보인 뒤 확진 때까지 4개의 병·의원을 다녀갔다. ㄱ씨가 입원한 두번째 병원에서만 지금까지 17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 쪽은 ㄱ씨가 바레인을 방문했고 기침·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질본에 메르스 감염 여부 확인을 요청했지만, 질본은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다른 호흡기 질환 가능성을 알아보는 검사를 하느라 30여시간 뒤인 19일 오후에야 질본이 환자의 검체를 가져갔고 20일 아침 확진이 이뤄졌다. ㄱ씨의 접촉자를 파악하는 데 하루 이상이 늦어진 셈이다. 미국은 중동지역 전체를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 반면,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특정 나라만 지목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1일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하거나 융통성 없이 적용했다”고 시인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방역 대상을 중동 전체 지역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메르스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은 ㄱ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집중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이 병원이 대학병원 규모가 아닌 중소병원이다 보니 감염관리에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답했다. 해당 병원의 감염관리가 부실해 메르스 환자가 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격리병상 부족하자 결핵환자 병상 비워달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메르스 격리자에 대한 관리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682명 가운데 원래 질환이 있어 메르스에 감염되면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약 240명의 환자에 대해서는 격리병상이 있는 병원이나 시설에 격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조사결과를 보면, 에볼라나 메르스 등과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할 음압시설(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국가지정 격리병상은 모두 10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18개는 이미 확진 환자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결핵환자가 사용하고 있는 격리병상을 비워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소속 의료원인 한 병원 관계자는 “결핵 환자 병상이 220개인데 보건당국이 40~50개 정도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해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부터 퇴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격리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시설이나 병원에 격리 대상자를 두면 또다시 대규모 메르스 전염이 발생할 수 있다. 격리시설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국가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격리 대상 좁아 첫 환자와 접촉한 환자는 다른 병원도 찾아

첫 환자와 15~17일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린 6번째 환자는 이 병원에서 퇴원했다가 곧바로 두 종합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다. 14번째 환자도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입원해 있다가 퇴원 뒤 두 의료기관을 찾았다. 보건당국이 첫 환자가 확진됐을 때 격리 대상을 같은 병실 환자로 제한했기 때문에, 같은 병동의 환자들은 격리치료를 받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4군데 의료기관의 의료진도 격리 대상에 올랐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확진 환자들을 역학조사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의료기관들을 방문한 사실을 파악했다. 밀접 접촉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모두 격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682명에는 이들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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