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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메르스 의심 환자 중국행…방역망에 ‘구멍’

등록 2015-05-28 20:09수정 2015-05-29 11:15

환자와 접촉 6일 뒤 발열 등 증상
병실 방문 사실 신고 안했다지만
질병본부, 가족사항 확인 소홀해
진료한 의사도 당국에 늑장 신고
확진 판정땐 ‘3차 감염’ 가능성 커
메르스 관련해 드러난 허술한 방역체계
메르스 관련해 드러난 허술한 방역체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환자가 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첫 환자와 접촉한 한 남성이 발열 증상이 있음에도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첫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다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세번째 메르스 환자)의 아들(44)이 지난 19일부터 발열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26일 홍콩을 거쳐 중국에 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지난 16일 아버지를 간병하기 위해 병실을 찾았다가 첫 환자와 접촉했다. 이 남성의 누나도 병실을 찾았다 메르스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첫 환자에 대한 초기 역학조사 때 함께 병실을 쓰던 환자나 그 딸이 이 남성의 병실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아 격리 대상에서 빠졌다”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 남성은 병실을 방문한 지 나흘 만인 19일부터 열이 나 22일과 25일 두차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이 남성은 아버지가 21일 메르스로 확진됐음에도 22일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에게 자신이 아버지 병실을 방문했던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 의사는 25일 이 남성과 동행한 부인한테서 시아버지가 메르스로 확진됐다는 얘기를 듣고 이틀이 지난 27일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이미 중국으로 출국한 뒤였다.

질본은 이날 “중국에 상황을 알리고 이 남성이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한 병원에 머물며 중국 보건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는 이 남성에 대한 검사 결과는 29일께 나올 전망이다.

문제는 이 남성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일반인한테 감염이 퍼지는 ‘3차 감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남성의 부인과 이 남성이 찾은 의료기관의 의료진 10명을 자가격리하는 한편 이 남성의 비행기 좌석 주변 승객 28명과 회사 동료 등의 신원을 파악해 격리할 접촉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남성이 중국으로 출국하기까지 8일 동안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만큼 접촉자들을 모두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메르스의 확산세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 환자가 증상 발현 뒤 11일 만에 확진되면서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킨 것도 문제지만,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국외로 나가도록 방치한 것은 방역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질본은 이날 첫 메르스 환자와 병원 안에서 접촉한 뒤 격리 중이던 의사와 환자 두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메르스 환자는 첫 환자 확진 뒤 8일 만에 7명으로 늘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첫 환자가 15~17일 입원했던 병원에서 2차 감염자들이 생겼다. 첫 환자의 증상이 가장 심할 때라 바이러스 배출이 많았고, 더욱이 메르스 확진 전이라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감염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의심 환자 신고가 잇따르자 질본 관계자는 “신고해야 할 메르스 의심 환자는 37.5도 이상의 발열·폐렴 또는 급성호흡기증후군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 지역을 방문한 사람 또는 이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박수지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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