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가래 동반땐 기관지염·폐렴
피곤함·체중감소 심하면 폐결핵
기침만 계속 나오면 축농증·비염
중장년 남성, 역류성 인후염 많아
피곤함·체중감소 심하면 폐결핵
기침만 계속 나오면 축농증·비염
중장년 남성, 역류성 인후염 많아
돌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서송희(36·서울시 관악구)씨는 기침을 한 달 가까이 해서 걱정이다. 서씨는 단순 감기라 생각하고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었다. 평소 같으면 일주일 정도 고생하면 괜찮아지던 감기 증세가 도통 나아지지 않았다. 서씨는 “밤에 아이를 재우려 누우면 기침이 계속 나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서씨는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코와 목 상태를 점검하더니 후두경 검사를 하자고 했다. 서씨는 “위 내시경과 달리 후두경 검사는 전날 금식도 필요 없고 눈 깜짝할 새 끝났다”고 말했다.
담당 의사는 서씨의 인두가 손상됐다며 역류성 인후염이라고 진단했다. 역류성 인후염은 입으로 삼킨 음식물이나 위산이 거꾸로 다시 올라와 후두나 인두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후두는 식도에 비해 위산 역류에 더 쉽게 손상된다. 성인의 경우, 식도는 하루에 50차례 정도의 위산 역류를 견딜 수 있지만 후두는 1주일에 단 3차례의 역류로도 심각한 염증이나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서씨는 “직장맘이라 퇴근한 뒤 아이를 돌보다 저녁을 늦게 먹고 아이를 재운다고 바로 누웠는데, 그런 생활이 증상을 더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 피곤함과 졸음을 쫓기 위해 하루에 3잔 이상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가 증세를 악화시켰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커피는 위액 분비를 촉진하고, 역류를 막아주는 식도와 인두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 위액 양이 늘어나면 자연히 위액 속 위산도 증가해 역류성 인후염이 악화될 수 있다. 서씨는 “병원에서 처방해준 위산 억제제를 먹고, 저녁을 최대한 일찍 먹고, 베개를 10~15㎝ 높게 베고, 커피를 끊었더니 기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말했다.
기침은 증상이다. 우리 몸속의 이물질을 배출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감기에 걸려도 기침을 하고, 기관지염이나 폐렴,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인후염에 걸려도 기침을 한다. 폐결핵에 걸려도 기침을 하고, 후두암과 인두암에 걸려도 기침을 한다. 따라서 기침이라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다른 동반 증상은 없는지, 어느 정도 오래 기침을 하는지 잘 지켜보며 특정 질환이 의심되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감기로 인한 기침은 2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괜찮아진다.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기침으로 볼 수 있는데, 이때는 다른 질환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기관지염이나 폐렴은 세균에 의한 감염이므로 열도 같이 동반되고 진하고 누런 가래가 함께 나온다. 폐결핵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매우 피곤함을 느끼고, 식욕이 줄어들고, 체중감소 현상도 나타난다. 가래도 나오는데 증상이 악화되면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폐결핵 진단은 흉부 엑스(X)선 촬영과 객담(가래) 검사를 통해 한다.
열과 몸살 증상 없이 기침이 계속된다면 코나 목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축농증은 누런 콧물이나 코막힘의 증상이 있고, 알레르기 비염은 맑은 콧물과 재채기 등이 주요 증상이다. 두 질환 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이 나온다. 축농증은 콧속 빈 공간인 부비동과 코로 통하는 연결통로가 막혀 분비물이 부비동 안에 고이는 질환인데, 이 때문에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나오며 목 뒤로 콧물이 넘어가 기침을 자주 하게 된다. 축농증 진단은 부비동 엑스선 촬영을 통해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일 경우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관지를 자극한다. 일차적으로 피부반응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 원인을 알아보고, 가족력이나 각종 생활환경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이나 역류성 인후염도 기침 증세를 동반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로 진단하고, 역류성 인후염은 후두경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역류성 인후염은 가슴 쓰림이나 신물 올림 등의 증상 없이 기침과 이물감만 나타나서 단순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목의 이물감 때문에 ‘흠흠’ 하고 헛기침을 많이 하게 되는데 목소리 변화나 성대폴립도 유발될 수 있다.
이외에도 후두암과 인두암도 기침 증상이 나타나는데, 후두암은 흡연과 관련이 많다. 후두암은 음성 변화가 있어 잘 발견되는데, 인두암은 역류성 인후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조기 발견이 어렵다. 역류성 인후염과 인후두암은 지나친 흡연·음주 등을 즐기는 남성들에게 발병률이 높은데, 40대 이후 남성이 3주 이상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면 후두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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