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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자폐아 치료에 동기부여 중요…적절한 보상 주면 행동변화

등록 2013-01-28 20:12수정 2018-09-04 17:56

26일 서울 연세대 위당관에서 열린 ‘자폐아동과 발달장애아를 위한 응용행동분석 워크숍’에서 미국 자폐 치료·훈련 전문기관인 ‘자폐 파트너십’의 토비 마운트조이 총괄책임자가 강연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 연세대 위당관에서 열린 ‘자폐아동과 발달장애아를 위한 응용행동분석 워크숍’에서 미국 자폐 치료·훈련 전문기관인 ‘자폐 파트너십’의 토비 마운트조이 총괄책임자가 강연을 하고 있다.
미 자폐치료기관 초청 워크숍
‘응용행동분석’ 치료법 소개해
관심형·분노형 등 자폐증 다양
이상행동 땐 최소한의 관심만
보상치료법으로 일상생활 가능
“전세계적으로 자폐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죠. 그런데 자폐라는 진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폐아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드냐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가장 우수한 치료법이 응용행동분석입니다.”

26~27일 서울 연세대 위당관, 외솔관에서 열린‘자폐아동과 발달장애아를 위한 응용행동분석 워크숍’에서 ‘자폐 파트너십’(Autism Partnership)의 홍콩지부 총괄책임자(associate director)인 토비 마운트조이(38)가 이렇게 말했다. ‘자폐 파트너쉽’은 미국·캐나다·홍콩 등지에서 자폐 치료와 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이 워크숍은 연세대 심리학과 두뇌한국(BK)21 사업단과 국내에서 응용행동분석을 바탕으로 발달 장애아들을 치료하고 있는 서울시 어린이병원, 금천 아이존, 자폐아를 둔 부모들의 모임 `호프‘(HopeP 등이 공동 주관했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또 `자폐 파트너십’과 제휴를 맺고 앞으로 체계적인 환자 치료 프로그램과 치료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상호협조할 계획이다. 자폐아와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 발달장애 치료사 및 관련 전문가 등 250여명은 이날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질문을 쏟아내는 등 분위기가 뜨거웠다.

응용행동분석(ABA)은 심리학적 접근 방법의 하나로 사람들이 왜 저러한 행동을 할까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에이비에이는 원래 자폐아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난 3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자폐아들의 문제 행동을 줄이고 적절한 행동을 늘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미국 플로리다,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자폐증 및 발달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는 등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치료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10명 정도에 불과하고 치료법도 확산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응용행동분석에서는 어떤 식으로 자폐아를 치료하고 훈련할까? 자폐아는 손톱을 물어뜯고 머리를 손으로 치는 등 자해 행동을 많이 한다. 부모들이나 일반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정신적 이상 문제로 보거나 화가 나서 하는 행동으로 본다. 그러나 응용행동분석가들은 그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동기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하고, 분석하고, 원인을 파악한 뒤 적절한 반응을 택한다. 대체적으로 아이들 행동의 동기는 △관심을 받기 위해서 △어떤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원하는 것에 접근하기 위해서 △단순히 그 행동이 즐거워 자기 자극을 위해서 △분노 표출을 위해서 등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쿵쿵 뛰고 책상에 머리를 찧는다고 하자. 이 행동이 만약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면, 아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 부모가 ‘왜 그렇게 쿵쿵 뛰어? 왜 머리를 찧니?’라고 화를 내며 혼내면 문제 행동이 개선될까? 마운트조이 총괄책임자는 “부정적 관심도 관심이기 때문에 부모가 이렇게 반응을 보이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더 강화된다”고 말했다. 그런 행동을 무시하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운트조이 총괄책임자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이는 더 심한 행동을 보이고, 최악의 상황까지 갔을 때 부모가 반응을 보여 결국 최악의 행동이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 행동에는 최소한의 관심만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실제 치료 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부모나 치료사가 어떤 방식으로 반응을 하고 어떻게 강화물을 줘서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강화물이란 아이에 대한 보상을 말하는 것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음식 등 아이들마다 다를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골몰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문제 행동을 안 할 때 강화물을 주고, 문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동기 부여하는 것이죠. 많은 부모들은 그런 부분을 간과하고 항상 문제 행동에만 반응을 보입니다.”

마운트조이 총괄책임자가 지적한 내용은 많은 부모들이 실수하는 대목이다. 그는 자폐아라도 높은 기대치를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서 적절한 행동과 보상을 해주면 문제 행동도 줄어들고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 참조.


평소 집중 못한다면 …쉬운 일부터 훈련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자폐증 진료인원을 집계한 결과, 국내 자폐증 환자는 2007년 3454명에서 2011년 5399명으로 늘었다. 자폐 진단 기준가 자폐아나 발달장애 아이들의 문제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문답형식을 통해 알아봤다.

: 자폐증 진단을 받은 5살 아이가 있다. 퍼즐이나 블록놀이 등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을 잘 한다. 그러나 그 외 일상생활에서는 집중을 하지 못하고 계속 쿵쿵 뛰어다니거나 서랍을 열고 닫는다. 냉장고도 수시로 열어본다. 화도 내보고 달래도 보는데 행동이 개선되지 않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외에는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여기서 부모가 바라는 것은 아이가 관심이 없는 행동에도 집중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일단 아주 작은 일, 쉬운 일부터 훈련을 시작하라. 바구니에 공 넣기, 문을 여닫는 일 등과 같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를 앉혀 놓고 “우리는 이제부터 집중하는 법에 공부할거야. 오늘은 이런 행동을 할테니 집중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실제 집중한다면 강화물을 제공하라. 아이가 블록을 좋아하면 블록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라. 만약 아이가 집중하지 못한다면, 중단하고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고 다시 행동을 반복한다. 만약 아이가 계속 실패한다면 그 일이 아이에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쉽고 간단한 일을 택해 같은 방법으로 실시하고,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올려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잘하는지, 못하는지가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부모가 노력하는 것이다.  

: 5살 아이인데 자폐 진단을 받았다. 이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모든 행동을 싫어한다. 대신 해서는 안 되는 일들, 예를 들면 우유를 쏟고 냉장고를 열고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일들을 모두 좋아한다. “안돼”라고 말하면 분노 발작을 한다. 강화도 필요 없고, 무조건 발작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 치료가 쉽지 않은 아이다. 이 아이는 놀이 기술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장난감 가지고 잘 노는 기술 같은 것이 아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먼저 아이에게 장난감 등을 잘 가지고 놀았을 때 강화물을 주라. 그리고 그 다음 ‘그만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그만해라”라고 말하면 냉장고를 열지 말라고 말한다.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장난감을 주거나 쉴 수 있게 하는 등 강화물을 주면서 ‘그만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냉장고에 가면 ‘그만해’라고 얘기할거야”라고 말하고, 만약 아이가 그렇게 한다면 “잘 했어”라고 말하고 아이에게 강화물을 주라. 이렇게 아주 점진적으로, 체계적으로, 일대일 방식으로 하는 것이 응용행동분석이다.

: 자폐 진단 기준은 무엇인지 알려달라.

: 자폐라는 진단이 내려지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상호작용, 행동장애가 그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아이가 말을 안하고 질문도 안하고 이름도 말을 못하는 등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는 것을 말한다. 자폐아는 매우 조용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상호작용의 문제는 자기를 만지는 걸 싫어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등을 말한다. 자기 혼자 노는 걸 즐기고, 다른 아이와 관계 형성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과는 잘 지내면서도 친구들과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행동 장애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활동, 자기 자극 행동을 포함한다. 왔다갔다 한다거나 물건을 잡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집착 성향을 보인다. 한 물체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오징어를 너무 좋아해 시간만 나면 오징어에 대해 읽어보고 찾아보고 검색한다. 오징어에 얘기하며 즐겁고 기뻐하며 흥분하는 식이다. 자신만의 활동을 만들어내는 아이도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각각 다른 방에 들어갈 때 각각 다른 신발을 신는 식이다. 다른 방에 들어갈 때마다 한 바퀴 돌고 신발을 바꿔신고 들어가는 식이다. 특이한 행동, 목적이 없는 행동인데 그 아이에게는 의미있고 꼭 해야하는 행동이고, 못하게 하면 화를 내고 힘들어한다.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때 자폐라고 진단한다.  

: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쓰는 ‘타임-아웃’(밖에 나가 있도록 한다거나, 생각하는 의자에 서게 하는 등) 방법을 쓰는 것은 효과적인가?

: 상황마다 아이마다 다 다르다. 따라서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는 동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애틀랜드의 한 아이가 교실에서 선생님이 어떤 지시를 내릴 때마다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마구 찧었다. 그래서 선생님은 이 아이를 교실에서 빼서 안정적인 다른 교실에서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그런데 아이는 그 방을 너무 좋아했다. 아늑하고 편안한 방에서 아이는 해야 할 일들을 안해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아이는 더욱 교실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하면서 자해 행동을 했다. 따라서 타임-아웃을 쓸 때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어떤 것을 회피하기 위해 그 행동을 취하는지 파악해서 그렇다면 타임아웃을 쓰면 효과적이지 않다. 

: 응용행동분석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 설명해달라.

: 응용행동분석 분야에서 일할 때는 아이들에게 매우 높은 기대감을 갖는다. 자폐아들은 대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싫어하고, 같이 있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나 좋은 선생님이라면 그런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해 새로운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응용행동분석에서는 정확한 피드백을 중시한다. 어떤 일을 할 때 피드백을 받으면 받을수록 잘 배운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이 분야의 선생님들은 명확하고도 정확한 피드백을 주도록 노력한다. 필요하다면 도움도 줘야 한다. 도움을 줄 때도 어떤 방식으로 줄 지 고민한다.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하면 아이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 있고, 너무 많은 도움을 주면 스스로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응용행동분석은 체계적이고 세분화해서 가르친다는 것도 특징이다. 사회 기술, 노는 기술, 일상 생활 기술 등을 아주 체계적으로 나눠서 가르치고, 반복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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