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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숲체험 아이들, 정서 안정돼 스트레스 낮아

등록 2012-06-11 19:45수정 2018-09-04 17:41

서울 불암산 옆에 자리잡은 삼육대 부설 어린이집 ‘푸른숲’반 아이들이 지난 4일 오전 숲 활동을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반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숲으로 가 자연을 느끼며 놀고 공부한다.(맨 위) ‘푸른숲’반 아이들이 쓰러진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고 있다.(왼쪽) 이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나뭇가지와 나뭇잎. 아이들이 나뭇가지로 ‘애벌레 호텔’을 만들며 놀고 있다.(오른쪽)
서울 불암산 옆에 자리잡은 삼육대 부설 어린이집 ‘푸른숲’반 아이들이 지난 4일 오전 숲 활동을 마치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반 아이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숲으로 가 자연을 느끼며 놀고 공부한다.(맨 위) ‘푸른숲’반 아이들이 쓰러진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고 있다.(왼쪽) 이 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나뭇가지와 나뭇잎. 아이들이 나뭇가지로 ‘애벌레 호텔’을 만들며 놀고 있다.(오른쪽)
자신과 또래에 긍정적 사고
감정 조절 잘해 불안감 적어
천식·아토피 증세도 호전돼
“애벌레 찾았다!”

이든(7)이는 애벌레 찾기 선수다. 웅세(7)와 유찬(6)이가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애벌레 호텔’을 짓고 있으면, 이든이는 애벌레를 어디선가 찾아와 호텔에 놓아준다. 아이들은 호텔에 돌로 미끄럼틀을 만들어주고, 나뭇잎 배를 만들어 꽂아준다. 하진(7)이와 수연(6)이는 나뭇잎으로 보쌈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나뭇잎 사이에 쏙 넣어 김밥도 만들어 선생님에게 내민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자리잡은 삼육대 부설 어린이집 ‘푸른숲’반 아이들의 일상이다.

이 숲반은 만 3~5살 아이들 17명으로 구성됐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벌레퇴치제를 뿌리고 화장실에 다녀온 뒤 불암산 숲으로 간다. 유치원에서 걸어서 10~20분 정도 거리다.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숲으로 오르는 길에 아이들은 딱따구리, 청설모와 인사하고, 사슴벌레를 만난다. 아침모임 하는 장소에선 가만히 눈을 감고 숲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한 명씩 발표한다. “시냇물 소리가 들려요” “나뭇잎이 살랑살랑 춤추는 소리가 들려요” “나무가 반갑다고 말했어요” “바다소리랑 멍게소리가 들려요”라고 아이들이 말한다. 쓰러진 나무가 있는 곳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아지트. 아이들은 쓰러진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논다. 아이들은 벌레나 곤충을 발견하면, 스스로 도감을 찾아본다. 이 모든 것이 어린이집 수업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은 매일 숲을 찾는다. 아이들은 잘 웃고 잘 걷고 잘 먹고 잘 잔다.

지난 4일, 올해부터 숲 활동을 매일 하고 있는 이곳을 찾았다. 서울시내 대학 부설 어린이집 가운데 최초다. 삼육대 유아교육학과 교수이자 유치원 원장인 신지연 교수는 “지난해 일주일에 1~2번 숲 활동을 했는데 아이들이 건강해지고 밝아져 부모님들 만족도가 높았다”며 “올해엔 아예 매일 숲에 가는 숲반을 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실제로 지난해 ‘숲 데이(Day)’ 활동을 7개월간 실시하면서 숲 체험활동이 아이들 정서지능과 일상적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신 교수는 “숲 활동을 한 유아들은 자신과 타인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표현할 줄 아는 정서지능이 숲 활동을 하지 않은 통제집단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또 일상생활에서의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스트레스 점수도 숲 활동을 한 집단이 통제집단 유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천식이나 아토피를 앓던 아이들의 병적 증세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숲이 아이들의 몸·마음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숲의 치유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임재택 숲유치원협회 회장(부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은 “생태유아교육을 지향하는 숲유치원에 대해 2010년만 해도 고작 100여 기관 정도 관심을 보였는데, 불과 1~2년 만에 800~900여 기관이 관심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고 전했다. 또 임 교수는 “텔레비전, 컴퓨터 게임, 각종 지식 위주 교육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망치고 있다”며 “몸과 마음이 지친 아이들을 치유하는 대안공간으로서 숲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숲 속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식물들이 광합성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음이온이 나와 두통을 없애주고, 호흡기 질환도 예방해준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도 숲을 각종 현대인의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한의학에서는 천인상응이라 하여 사람은 자연과 교감하며 자연으로부터 기를 받아 생명을 유지한다고 본다. 송미연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숲에는 현대인에게 부족한 기운인 목(木)과 토(土), 수(水)가 가득해 이러한 기운을 아이들이 자신의 기와 잘 교류시키면 심신을 조화시켜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숲의 치유 기능을 잘 알고 있는 송 교수 역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중독 징후를 보이는 초등학교 6학년 큰아들을 데리고 최근 주말마다 숲과 산을 찾고 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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