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포르말린)와 스티로폼(폴리스티렌)의 원료인 스티렌 등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미 국립 독성학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에 제출한 제12차 ‘발암물질 보고서’에 포르말린과 스티렌을 포함해 모두 8가지 물질을 새로 등재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미 보건당국은 미용실의 일부 머리손질 제품, 목재합판, 영안실 등에서 쓰이는 포르말린의 분량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당국은 새집에서 나는 냄새와 매니큐어와 같은 화장품들에도 포르말린 성분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독성학 프로그램의 존 부커 부국장은 “포르말린은 스티렌보다 발암 유발성이 훨씬 강력하며 소비자들이 위험 분량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직업안전보건국은 특정 머리 손질 제품이 허용치 이상의 포르말린을 함유하고 있으며, 미용실 종사자들이 두통, 코피 등의 증세를 보였다는 보고를 내놓은 바 있다. 시신 방부사들도 골수백혈병 등 희귀암 발병률이 높았다.
선박, 목욕 튜브, 플라스틱 컵과 접시 등에 널리 쓰이는 스티렌도 발암 물질로 규정됐다. 특히 스티렌에 자주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제조업 종사자들이 소비자들보다 “훨씬 우려스럽다”고 미 보건당국은 경고했다.
포르말린과 스티렌을 발암물질로 지목한 이번 보고서는 미국 화학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막혀 수년째 발표가 늦춰져 왔다가 이번에 공식 제출됐다. 미 당국은 소비자들이 이들 물질의 함유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등 가급적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르말린과 스티렌이 발암성 물질이라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다. 그러나 이들 물질이 워낙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는데다, 미 정부의 공식보고서 등재에 따라 규제의 근거가 마련되고 여러 후속 조처들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합성제조업협회의 톰 도빈스 대변인은 “이번 발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고 신제품 개발을 얼어붙게 만들며, 중소업체들의 일자리와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