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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다시 서리라…전신마비 의사 일으킨건 ‘삶의 의지’

등록 2009-11-10 14:00

신경과 전문의 전범석 교수
신경과 전문의 전범석 교수
침착한 응급조치로 2차손상 줄여
침대 묶여서도 머릿속은 재활훈련
사지마비 뒤 9개월 만에 현업 복귀
신경과 전문의 전범석 교수

2009년 11월5일. 서울대병원 본관 11층에 있는 3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에는 커다란 러닝머신(노르딕)이 자리잡고 있다. 틈틈이 운동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전신마비 뒤 9개월 만에 현업에 복귀했지만, 사고 5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매일 3시간씩 재활과 물리치료를 한다. “재활과 물리치료 덕분에 이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었습니다. 수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꾸준히 했으니까요.”

그는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던 입원 첫날부터 재활치료와 물리치료 하는 장면을 24시간 내내 떠올렸다. 사고 뒤 6개월까지 전신마비 상태가 지속됐음에도 의지만큼은 ‘치료중’이었던 셈이다. “갈수록 회복과 치료에 한계가 보일 때 가장 힘들긴 했어요. 하지만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를 다졌죠. 중간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회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그의 회복은 기적에 가깝다. 사고 당시 그는 자율신경까지 다쳐 배변과 배뇨뿐 아니라 혈압조절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조차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절망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태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그래봤자 치료와 회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신마비 회복을 위해서는 냉정함과 침착함, 회복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고 당시에도 그는 당황해하던 후배와 달리,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함께 간 후배와 구조대원들에게 응급조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도록 했다. “몸이 움직이면 절대로 안 되네.” “헬기를 불러주게.” “목을 다쳤으니, 목 브레이스를 해주세요.”

요즘 그의 일상은 다른 교수들과 비슷하다. 6시 기상. 7시45분 병원에 가서 강의를 하고, 환자들을 만난다. 논문도 쓰고, 세미나에도 참석한다. “몸은 사고 전과 비교해 어떠냐”고 묻자, “이전처럼 등산, 골프, 테니스를 할 수 없다”며 웃는다. “사고 뒤 9개월 만에 복귀할 때보다는 오히려 나빠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는 하루 종일 물리치료와 재활치료에 매달렸던 반면에 지금은 아니니까요.”

전신마비 이후 회복 가능성은 전신마비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줄어든다. 그만큼 초기 대응과 치료가 중요하다. 사고 이후 있을 수 있는 2차 손상을 막는 것도 회복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목과 허리는 환자를 옮기는 과정에서 2차 손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팔과 다리가 골절됐다면 부목으로 고정시켜야 한다. “우왕좌왕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됩니다.”

최근 그는 병상에서 쓴 일기들을 모아 <나는 서 있다>(예담)라는 책을 펴냈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다. “첫 번째는 회복을 향한 의지이고, 두 번째는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필요한 처치와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도 시간이 너무 아깝죠. 엉뚱한 치료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와 가족 모두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한탄도 금물입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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