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인플루엔자 비상] 신종 전염병 명칭 논란
세계보건기구 “돼지…”
농림부는 “멕시코…”
세계보건기구 “돼지…”
농림부는 “멕시코…”
돼지 인플루엔자(SI)냐, 멕시코 인플루엔자(MI)냐.
멕시코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신종 질병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변종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양돈업계는 누구보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돈업자들은 문제의 변종 바이러스의 샘플이 아직까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돼지로부터 직접 추출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돼지 바이러스’라는 병명이 적절치 않다며 다른 이름을 사용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 돈육수출업자협회의 페드로 데 카마르고 네토 회장은 28일(현지시각) 마가렛 찬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쓴 편지에서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이 전세계 양돈업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으며 심각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했다. 네토 회장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음식을 통해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고 어떤 동물에서도 추출된 적이 없으므로,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변종바이러스가 돼지에게서 사람으로 직접 침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며, 국제수역사무국(OIE)도 “동물간 전염력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북미 인플루엔자’라는 새로운 명칭을 제안했다.
앞서 이스라엘의 야코브 리츠만 보건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 전염병을 ‘돼지 플루’가 아니라 ‘멕시코 플루’로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돼기고기가 ‘코셔’(유대 율법이 규정한 정결한 음식)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유대교와 이슬람권에서는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며 돼지고기를 먹는 것도 금기시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양돈업계와 동물보건단체들의 개칭 요구를 거부하고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을 유지할 방침이다.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 사무차장은 28일 “문제의 바이러스가 돼지 감염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라며 “새로운 명칭을 붙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축산농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므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쓰도록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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