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간식 시간. 22일 학교에서 돌아온 홍민과 주효 남매가 엄마가 준비한 밤과 사과, 산양유를 먹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패스트푸드’ 사절 유기농 재료 가까이하니
감기도 도망갈 정도로 건강
농업위기 극복 대안으로 지자체서도 ‘운동’ 뛰어들어
감기도 도망갈 정도로 건강
농업위기 극복 대안으로 지자체서도 ‘운동’ 뛰어들어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⑤ 가족과 함께하는 ‘슬로푸드’
주부 김미란(36·경기도 부천)씨는 6년 전 두 아이 홍민(9)이와 주효(8)의 먹거리를 확 바꿨다. 계기가 재밌다. “요리 솜씨가 워낙 없다 보니 간단하게 조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건강한 재료 그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참에 우연히 한 시민단체가 마련한 환경학교 강의를 듣고 발목이 딱 잡혔다.
김씨 가족의 먹거리 원칙은 간단하다.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는 피하고 최대한 유기농 재료를 이용한다. 과자·사탕은 사절이다. 아이들 간식으로는 감자·고구마·호박을 삶아준다. 아이들이 피자·라면을 먹고 싶다고 정 조르면 생협에서 구입한 유기농 빵·라면·피자로 대체한다. 홍민이는 “남들이 피자나 햄버거 먹는 거 보면 먹고 싶긴 해도 예전보다는 훨씬 덜하다”며 “엄마에게 불만은 없다”고 말한다. 먹거리가 바뀌면서 한달에도 십여차례씩 병원을 들락거리던 아이들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김씨처럼 건강한 먹거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기농·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한살림이나 생협운동 등 이미 자생적으로 존재해온 먹거리운동이 그 뿌리라면,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슬로푸드 운동’이 가세해 싹을 틔우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빠르고 간편하게 공급하고 사먹는다는 속성상 유전자조작 식품, 생육기간 단축 농산물을 포함해 기업에서 대량생산하는 재료를 사용한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에 반대해 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은 느린 음식과 느린 식생활을 강조하는 운동이다. ‘느린 시간’은 전통과 닿아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국제슬로푸드대회 수상자들을 보면, 터키의 전통적인 꿀벌사육법을 보존하거나 스페인 고유의 가축 계절이동법을 되살려 자연경관 보존에 기여한 이들이다. 우리나라의 된장·간장처럼 몇달씩 햇볕과 바람 속에 발효되는 전통음식 역시 슬로푸드다.
슬로푸드가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를 넘어 ‘대안’이 되고 있는 까닭은 맛과 질에서 패스트푸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개선하고, 먹거리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업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슬로푸드 운동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경기도는 2004년 파주의 장단콩 마을, 전통 장류와 장아찌를 생산하는 안성 서일농원 등 10개 지역을 슬로푸드 마을로 조성해 사라져가는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어린이들에게 우리 입맛을 가르치는 데 애쓰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종덕 경남대 교수(심리사회학부)는 “어려서부터 나쁜 음식에 길들여지고 강한 맛에 이끌리다 보면 나중엔 바꿀 수 없게 된다”며 “패스트푸드에 찌든 아이도 문제지만 환경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살리는 길도 끊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식탁은 점점 제철 먹거리 아닌 사철 먹거리, 지역 먹거리 대신 수천마일 떨어진 먹거리로 뒤덮이고 있지만 조금씩 식습관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 건강과 농업, 환경이 공존하는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슬로푸드세계운동본부(www.slowfood.it), 김종덕 교수의 홈페이지(www.kyungnam.ac.kr/∼jdk)를 참고하면 된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⑤ 가족과 함께하는 ‘슬로푸드’
김미란씨네 김치냉장고 안. 플라스틱 그릇 대신 옹기와 유리그릇에 반찬을 담는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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