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를 가로챈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등 6명의 첫 공판이 열린 20일 오후, 황 전 교수가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논문조작 구체적 관여 안해”
김선종씨는 옆에서 신문받아
김선종씨는 옆에서 신문받아
“논문 조작에 관여한 바 없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수립을 확신했습니다.”
황우석(54) 전 서울대 교수는 20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와 논쟁을 벌이며 반성의 모습보다는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해 연구비를 타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함께 기소된 김선종 연구원과 이병천 서울대 교수 등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피고인석의 뒷줄에 앉아 있던 김 연구원은 검찰 신문 때 황 전 교수 옆자리로 옮겨앉았다. 하지만 옛 ‘스승과 제자’는 서로 시선을 피하고 인사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황현주)는 심리에 앞서 황우석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 방청객들에게 조용히 방청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황 부장판사는 “피고인 가운데 방청객들이 좋아하는 피고인도 있고 싫어하는 피고인도 있다. 싫어하는 피고인도 맘껏 주장을 펼칠 수 있으려면 방청객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황 전 교수의 지지자들은 여러차례 소란을 피웠다. 이들은 김선종 연구원이 검찰 신문에 답할 때 “웃기네”라고 비아냥거렸다. 반대로 황 전 교수가 답할 땐 지지하는 박수를 치는가 하면 “검사가 왜 저리 거만해?”라고 웅성거렸다. 재판부는 이때마다 심리를 중단하고 협조를 요청해야했다.
황 전 교수는 변호인 모두진술을 통해 “줄기세포가 배양단계에서 제대로 됐으면 이렇게 비판받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논문작성 과정에서 부분적 자료가 검증 없이 논문에 실린 것을 총괄책임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신문에서도 “언론을 통해 줄기세포 디엔에이 지문 분석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야 바꿔치기를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법정 입구에서 검색을 강화해 방청객들은 우산을 법정경위에게 맡기고 공판에 들어갔다. 서초경찰서도 1개 중대 병력을 보내 법정 안팎에 배치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공판이 끝난 뒤 “박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10여분간 법정에 머물다 해산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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