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회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중·고등학생은 10명 중 4명꼴로 최근 11년 새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잦은 아침밥 결식은 비만·당뇨·고혈압 같은 성인병 발병 위험을 키운다.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오상우 가정의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18일 정밀영양협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이 식이요법(다이어트)을 하지 않는 초·중·고교생을 방문 조사해 해마다 산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생활 습관 등을 묻는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내용을 취합·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고교생 가운데 주 5회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 비율(아침 식사 결식률)은 2011년 25.5%에서 2022년 41.3%로 15.8%포인트 뛰었다. 중학생 아침 식사 결식률 역시 2011년 23.2%에서 지난해 36.9%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아침 식사를 자주 거르는 학생일수록 비만·고지혈증 등에 걸릴 위험이 컸다. 주 5회 이상 아침밥을 먹는 초·중·고교생들의 비만(체질량지수 95백분위수 이상) 유병률은 9.8%였던 반면, 주당 아침 식사 횟수가 2회 이하인 그룹의 비만 유병률은 13.9%였다. 동맥경화·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은 아침 식사를 비교적 자주 챙겨 먹는 학생들에게서 높았고,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은 아침밥을 덜 먹는 학생일수록 높았다. 수축기·이완기 혈압 역시 아침 식사 빈도가 낮을수록 모두 높았다.
아침을 거르면 하루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대체로 낮아진다. 그러나 뇌가 몸 속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인식해 열량이 많은 지방을 선호하는 식욕 자극 호르몬이 분비되며 굶은 데 대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단 음식 등을 찾게 된다. 결과적으로 아침을 자주 거를수록 살은 더 찌고, 고혈압·고지혈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게 연구진 분석이다. 오상우 교수는 연구에서 “청소년의 건강한 식습관을 키우고, 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학교에서의 아침 식사 제공 등을 통해 부모의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관심·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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