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 둘째)이 28일 오후 의협 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개선 방향’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 대한의사협회 제공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 10명 중 6명은 환자가 초진인지 재진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의사 단체는 이런 조사를 토대로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대부분이 화상이 아닌 전화 통화로 이뤄지면서 본인 확인이 쉽지 않아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7월24일부터 8월6일까지 2주간 회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의사는 전체 응답자 643명 중 316명(49.1%)이었다. 이들에게 시범사업 때 불편한 점을 물었더니, 60.0%가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확인’을 꼽았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가장 높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된 6월1일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는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이에 시범사업 지침상 참여 의료기관은 진료 전에 본인 여부와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는데, 현장에선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31일까지 3개월간 계도 기간이 끝나면 비대면 초진 진료 대상이 아닌 환자를 보는 등 시범사업 지침을 위반했을 때 보험 급여 삭감, 행정지도 및 처분 등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월1일부터는 복지부 콜센터(129)에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화상 전화가 원칙이지만, 상당수는 음성 전화로 진료가 진행되면서 환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이번 의협 설문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사 86.9%는 음성 전화로 진료했고, 화상 전화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26.5%(복수응답 가능)에 그쳤다. 설문조사와 별도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의사들은 환자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뿐 아니라, 진료만 받고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상당수는 초진 비대면 진료에 부정적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45.0%가 ‘초진은 절대 불가하다’고 답했고, 38.0%는 재진을 기본으로 불가피한 상황만 초진을 허용하자고 답했다. 반대 이유로는 △안전성 문제 △오진 가능성 △의료 쇼핑 가능성 △본인 확인 불가 △병원의 영리 추구 가능성 △약물 오남용 △소송 가능성 등을 꼽았다. 현재 초진은 섬·벽지나 거동이 불편한 만 65살 이상 장기요양등급자·장애인, 2급 감염병 확진 환자만 가능하다. 18살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는 초진이어도 야간·휴일에 처방 없이 상담만 받을 수 있는데,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42명 중 69%는 ‘소아가 비대면 진료에 부적절한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협의 기본 입장은 국민 건강 및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초진 비대면 진료는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 보조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대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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