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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영양제로 인한 ‘간 질병’ 8배 증가…“변기에 돈 버리는 셈”

등록 2023-08-17 15:47수정 2023-08-18 01:16

[이코노미 인사이트]
고삐 풀린 건강보충제 시장 (2) 심각한 부작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르크 블레히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독일의 제품품질 평가기관 ‘슈티프퉁 바렌테스트’는 최근 노인 남성을 대상으로 17가지 건강보조식품을 시험했다. 슈티프퉁 바렌테스트의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건강보조식품에 소비하는 비용을) 하루 13센트에서 최대 2.67유로까지 절약할 수 있다. 17개 제품 중 ‘도펠헤르츠 악티브’(Doppelherz aktiv)는 ‘그저’ 불필요할 뿐이고 필요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다른 16개 제품은 여기에 더해 비타민 과다 복용 또는 소비자 정보 부족과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건강보조식품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값비싼 소변으로 다시 배설되기만 해도 다행이다. 어떤 경우에는 건강보충제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에서 보건 연구자들이 63개 병원의 응급실을 대상으로 왜 사람들이 응급실을 방문했는지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통계 수치를 도출했다. 그 결과, 연간 2만3천 건의 응급실 방문이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는 주로 체중 감량을 위한 제품을 먹은 여성, 근육 형성 보충제를 복용한 남성, 알약이나 캡슐을 먹다가 기관지에 들어간 노인이었다. 

■ 근력 약화, 심장 부정맥, 신장 석회화…

비타민D 같은 지용성 물질은 체내에 축적돼 인체에 위험한 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매일 100마이크로그램(㎍, 1그램의 100만분의 1) 이상을 섭취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칼슘혈증).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은 고칼슘혈증에 따른 임상 증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로와 근력 약화에서 구토와 변비, 심장 부정맥과 혈관 석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속적인 고칼슘혈증은 신장 결석, 신장 석회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신장 기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은 건강보조식품과 특정 성분 강화식품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최대량 기준을 만들었다. 비타민D가 함유된 건강보조식품의 경우 일일 복용량을 최대 20㎍으로 권고한다. 그러나 이 제안이 제조업체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nbsp;제품품질&nbsp;평가기관&nbsp;‘슈티프퉁&nbsp;바렌테스트’는&nbsp;최근&nbsp;노인&nbsp;남성을&nbsp;대상으로&nbsp;17가지&nbsp;건강보조식품을&nbsp;시험한&nbsp;결과&nbsp;‘도펠헤르츠&nbsp;악티브’(Doppelherz&nbsp;aktiv)라는&nbsp;제품은&nbsp;섭취할&nbsp;필요가&nbsp;없다고&nbsp;밝혔다.&nbsp;&nbsp;‘도펠헤르츠&nbsp;악티브’&nbsp;누리집
독일의 제품품질 평가기관 ‘슈티프퉁 바렌테스트’는 최근 노인 남성을 대상으로 17가지 건강보조식품을 시험한 결과 ‘도펠헤르츠 악티브’(Doppelherz aktiv)라는 제품은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도펠헤르츠 악티브’ 누리집

마그네슘 함유 제제도 문제가 있다. 독일연방 소비자단체연합은 42개 제품의 샘플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24개는 독일연방위해평가원에서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하루 최대 마그네슘 섭취량인 250밀리그램(㎎)을 초과했다. 이들 제품의 평균 일일 섭취량은 416㎎이었다. 

■ 프로바이오틱스, 건강한 장 활동 오히려 방해

고용량 제제를 섭취하는 사람은 설사, 위와 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장내 유익한 미생물총(사람의 피부와 점막 등에 무리 지어 존재하는 미생물)의 구성이 건강보조식품의 농축된 성분에 적응하지 못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단백질 셰이크를 먹을 경우 장내 세균이 음식을 대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망가진 장내 미생물총을 복구하기 위해 또 다른 식이보충제, 즉 살아 있는 미생물을 포함하는 건강보조식품이 판매된다. 그러나 이런 ‘프로바이오틱스’조차 쓸모없고 때로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건강한 지원자에게 먼저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를 상당수 죽였다. 그런 다음 장내 유익균을 다시 채우는 방식을 조사했다. 실험 대상자 중 한 그룹은 항생제 투여 이후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았다. 약 3주 뒤 장내 미생물총은 저절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면 다른 피실험자 그룹은 11가지 박테리아 균주가 포함된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투여받았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박테리아가 장을 점유하고 자연적인 미생물의 재군집화를 방해했다. 장내 미생물총은 5개월 뒤에도 여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음식이&nbsp;약이고&nbsp;약이&nbsp;음식이다”라는&nbsp;그리스&nbsp;의사&nbsp;히포크라테스의&nbsp;명언대로,&nbsp;균형&nbsp;잡힌&nbsp;음식이&nbsp;건강에&nbsp;가장&nbsp;중요하다.&nbsp;이미지투데이
“음식이 약이고 약이 음식이다”라는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명언대로, 균형 잡힌 음식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 이미지투데이

건강한 사람들이 손상되지 않았는데도 장내 미생물총을 개선하겠다며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효과가 없다. 인위적으로 유입된 미생물은 건강한 장에 전혀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빠르게 배설된다. 말하자면 소비자는 돈을 변기에 버리는 것이다.  

■ 영양제로 인한 간 질병 8배 증가

간 역시 건강보조식품으로 과도한 부담을 받아 손상될 수 있다. 199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연구진은 ‘새로운 간을 기다리는’(간 이식) 대기자 목록에 오른 환자의 데이터를 세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건강보충제 소비로 인한 간 질병 발생률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사례는 8배나 증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연구에서도 건강보조식품이 일명 ‘약물 독성 간 손상’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는 것을 밝혔다. 

뷔르츠부르크대학병원의 내과 전문의 모니카 라우는 간장병학(Hepatology) 분야에서 일한다. 그는 식물성 제품이나 성분이 불분명한 식물 제제를 경고하며 녹차 추출물을 예로 들었다. 

“그 안에 함유된 카테킨, 특히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pigallocatechin gallate)는 간 손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실험 연구에서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 섭취가 간 손상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황에서 추출하는 커큐민 화합물도 의심스럽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에 따르면 이 성분은 많은 제제에서 생체에 이용할 수 있지만 간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건강보조식품이 건강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체에는 예방 원칙이 적용되지만 많은 업체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이것에 느슨한 태도를 보인다. 과다 복용과 부정확한 용량 외에, 많은 건강보충제에 여러 성분이 두서없이 혼합됐고 위험한 성분도 포함됐다. 더 나아가 주로 인터넷에서 판매되기에 위험한 혼합물이 현지 시장에서 국외로 확산될 수도 있다.  

독일&nbsp;마인츠대학에서&nbsp;스포츠영양학을&nbsp;연구하는&nbsp;율리아네&nbsp;하이든라이히는&nbsp;전체&nbsp;건강보조식품에서&nbsp;20~25%는&nbsp;도핑테스트에서&nbsp;양성반응을&nbsp;일으킬&nbsp;정도로&nbsp;위험&nbsp;성분이&nbsp;섞였다고&nbsp;밝혔다.&nbsp;마인츠대학&nbsp;누리집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스포츠영양학을 연구하는 율리아네 하이든라이히는 전체 건강보조식품에서 20~25%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 성분이 섞였다고 밝혔다. 마인츠대학 누리집


인터넷에 게시하는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경고는 건강보조식품 시장의 현황을 거의 따라가지 못한다. 흰색 분말 형태의 다이어트 제품 ‘트렉스 티’(Trex Tea)에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전세계에서 금지된 식욕 억제 성분 시부트라민(Sibutramin)이 섞여 있었다. (성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강보조식품 ‘잭트 섹슈얼 인핸스먼트 리퀴드’(Jack’d Sexual Enhancement Liquid)에는 (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활성 성분 실데나필(Sildenafil)이 함유됐다.

그리고 독일 오버팔츠 지역의 회사에서 출시한 허브 혼합물은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Pyrrolizidine Alkaloids·식물이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하는 자연 독소)가 너무 많이 포함돼 리콜 처리됐다. 이 화학 물질은 간독성과 발암성이 있는 물질이다.

■ 영양제 20~25%는 도핑테스트 양성 일으킬 정도

일부 근육 강화 보충제 제조업체는 제품에 암페타민이나 스테로이드를 넣는 경우도 있다. 독일 마인츠대학에서 스포츠영양학을 연구하는 율리아네 하이든라이히는 ‘지방 연소제’나 ‘체중 증가제’와 같은 문구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제품 포장에 그런 문구가 적혀 있다면 보충제가 아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첨가했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하이든라이히에 따르면 전체 건강 보조식품 중 20~25%는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 성분이 섞여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오랫동안 건강보충제 시장의 혼란을 비판하며 국가적인 검사 절차와 미네랄·비타민의 최대 허용치 설정, ‘기타 물질’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물질 목록 작성, 제제의 부작용과 상호작용을 신고하는 신고 기관 설립을 요구했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유럽연합 지침이 있지만, 시행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많은 부분이 여전히 전혀 규제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조식품이&nbsp;정말&nbsp;필요한&nbsp;상황도&nbsp;있다.&nbsp;채식인은&nbsp;동물성&nbsp;식품에만&nbsp;존재하는&nbsp;비타민B₁₂&nbsp;섭취에&nbsp;관심을&nbsp;기울여야&nbsp;한다.&nbsp;미국&nbsp;터프츠대학&nbsp;영양학·정책대학원&nbsp;누리집
건강보조식품이 정말 필요한 상황도 있다. 채식인은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비타민B₁₂ 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터프츠대학 영양학·정책대학원 누리집

소비자는 건강한 이성을 발휘하는 것이 좋다. 건강보조식품이 정말 필요한 상황은 극히 적다. 임산부는 신경관 결함에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엽산을 보충해야 한다. 유제품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칼슘 추가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건 채식인은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는) 비타민B₁₂ 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영양소 부족을 느끼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그 외의 경우에는 고대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을 따르는 것이 좋다. “음식이 약이고 약이 음식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균형 잡힌 음식일 때의 이야기다.

ⓒ Der Spiegel 2023년 제23호
Gefährlicher Hokuspokus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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