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익숙한 장소에서 범죄가 일어나 충격이 컸어요.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갈 때면 불안합니다.”
직장인 손아무개(28)씨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 근처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지난 3일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불안을 느낄 때가 많다. 그는 4일엔 서현역, 5일 인천 송도, 6일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에 갈 일이 있었는데 실제 범죄가 발생했거나 범행 예고 장소로 지목된 곳인지라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최근 무차별 범죄에 이어 범행 예고·협박글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재난 수준의 불안을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7일 한겨레에 “직접 범죄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뉴스나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겪는 집단적인 트라우마(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과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 겪는 심리적 외상)가 있을 것”이라며 “비슷한 성격의 사건이 짧은 시간 안에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트라우마는 재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일 신논현역 지하철에서 (흉기 난동·생화학 테러 오인 신고가 연달아 접수돼 시민들이 대피한) 소동도 집단적 트라우마로 인한 것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간접트라우마 영향은 (개인별) 정신건강 수준, 저항력이나 회복력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이 악화된 경우 간접트라우마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성명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사회에 대한 안전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며 “자극적인 언론 보도나 현장 동영상, 유언비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간접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고,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범죄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보는 일을 자제하고 평소 하던 운동과 여가활동,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이어가는 것이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사건 사진이나 동영상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면 예민해지고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운동과 여가활동,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등 일상을 차분하게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불안할 때는 호흡을 통해 이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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