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30일 백재욱 원장이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한번 봅시다. 아래쪽으로 조금만 더 내려주세요. 아직 수포가 덜 내려갔네요. 약을 더 드셔야 해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가정의학과 의원 진료실 의자에 앉은 백재욱(51) 원장은 태블릿피시(PC) 영상을 들여다보며 환자 상태를 살폈다. 대상포진으로 이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 90대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는 중이다.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이 30일 찾아간 이 의원은 코로나19 유행 시기 비대면 진료를 한 데 이어,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하는 시범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날 백 원장은 휴대전화 문제로 영상통화가 어려운 환자에겐 음성통화로 증상을 물었다. 환자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선 영상 화질 문제로 신분증이 잘 보이지 않거나 환자가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영상통화 진료가 원칙이며 음성통화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료를 하거나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 진료하는 등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퇴근길 차량 등 의료기관 밖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 의사 4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때 의사와 환자는 서로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날 “(비대면 진료를 할 때) 환자와 의사 둘 다 (신원을) 확인해줄 의무가 있다”며 “음성통화를 할 경우 환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부르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의료인 신원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의료진 신원 확인 방법과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의 진료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지침을 의료기관에 배포할 계획이다.
환자 영상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적절하게 관리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영상통화 등을 통해 의사에게 제공되는 환자 얼굴 및 신체 영상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이들 정보를 저장(수집)·공유(제3자 제공)하려면 환자(정보주체) 동의를 꼭 받아야 하지만, 시범사업은 비대면 진료 전 이런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의무화하지 않았다. 더구나 의사 개인 휴대전화나 태블릿피시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만큼, 영상 정보가 무단으로 저장·처리돼도 환자나 정부가 이를 알 길이 없다. 차전경 과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이런 부분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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