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현재 16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간호대 신입생 정원을 확대하고, 병원들이 간호사를 충분히 채용하도록 건강보험 수가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2만2483명이었던 전국 간호대학(200곳)의 신입생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 증원될 구체적인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여기에 간호학과 학사편입생의 졸업에 필요한 기간을 현재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한해 1500명의 졸업생을 추가로 배출할 방침이다. 간호대 정원은 2007년(1만1206명) 이후 매년 증가했지만, 고령화 등에 따른 미래 간호사 수요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는 16.3명으로 미국(5.3명)·일본(7.0명) 등 주요 선진국의 2~3배에 이른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환자 중증도가 높은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5명의 환자를 간호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간호 인력을 많이 배치하는 병원에 건강보험 재정지원을 많이 해주는 ‘간호등급제’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 현행 제도는 의료기관을 병상 대비 간호사 수에 따라 최고 1등급에서 최하 7등급으로 나눈다. 5등급에서 1등급으로 갈수록 입원환자에 대한 수가를 가산해주고, 6등급은 가감이 없는 대신 7등급일 땐 수가 5%(종합병원·병원 기준)를 깎는다. 하지만 앞으로 복지부는 수가 가산을 받는 최저 등급을 상향하고, 수가를 깎는 등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신 등급별로 가산되는 수가 폭을 키우고, 비수도권 병원에도 수가를 더 주기로 했다. 간호대 증원으로 전체적인 간호사 수를 늘리는 한편, 간호사가 부족한 대형·지방 병원의 채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 간호사들이 전공의가 해야 할 진료를 불법적으로 대신하는 ‘피에이(PA·진료보조인력) 관행’에 대해서도 관리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진료보조 업무만 가능하지만, 일부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수술·처치·회진 등 사실상 전공의 역할을 불법적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현장 의사가 부족해 1만여명의 간호사가 불법인 피에이 업무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들 업무 중 간호사에 위임해도 안전한 업무와 맡을 수 없는 업무를 유권해석 등으로 구분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사가 피에이 업무를 지시할 경우에는 진료기록지 등에 의사·간호사 모두 서명을 남겨,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3교대(낮·저녁·심야) 위주인 간호사 병동 근무 방식을 내년부터 △특정 시간대 고정 근무 △낮·밤 2교대제 등으로 다양화 하는 방안이 이번 대책에 담겼다.
다만 정부 목표만큼 간호사를 늘리려면 법정 인력 기준을 지키지 않는 병원들에 대한 강제조항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상 종합병원의 간호사 인력 정원은 ‘일 평균 입원 환자 수의 40%’다. 하지만 3차례 적발돼도 과징금은 5100만원에 그쳐 지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를 1억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나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솜방망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간호관리학)는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적정한 간호서비스를 받는 것을 전제로 입원료를 지불하지만, 대다수 병원은 법정 간호인력도 고용하지 않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적정 인력 고용 여부를 포함하는 등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강제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마다 간호사 근무환경·처우 개선을 위해 내놓는 방안으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간호법’ 제정안과는 별개다. 복지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간호사의 숫자를 늘려 간호사들의 격무와 잦은 이직을 막는 데 대책의 초점을 뒀다.
한편 복지부는 27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간호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다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간호계는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가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돌봄·간호 업무를 할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으로 병·의원을 세우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간호사의 업무 조정은) 다른 보건의료 직역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보다는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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