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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단독] 이태원 참사 뒤 부쩍 는 ‘디맷’ 출동…응급의료 공백 우려

등록 2023-02-21 15:16수정 2023-02-21 20:15

사상자 없어도 “응급실 비우고 출동”
대기만 하다가 복귀하는 사례도 증가
‘환자 신속 후송이 더 효율적’ 지적도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재난의료지원팀 ‘디맷’이 구조된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재난의료지원팀 ‘디맷’이 구조된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8일 오전 10시17분께 서울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은 소방당국으로부터 ‘금천구 한 실험실에서 큰 불이 나 다수 사상자 발생이 의심된다’는 의료지원 요청을 받았다. 이 병원 응급실 의료진 4명은 보건복지부의 대응 매뉴얼에 따라 일상 진료를 중단하고 재난의료지원팀(디맷·DMAT)을 꾸려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낮 12시14분 철수 전까지 이들이 처치한 환자는 ‘0명’이었다. 현장에 사상자가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전국 재난거점병원 디맷의 현장 출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재난에도 디맷 출동이 잦아질 경우 응급실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출동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겨레>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전국의 월별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추이’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전국 의료기관의 디맷 출동 건수는 △지난해 11월 7건 △12월 5건 △올해 1월 5건으로 모두 17건이었다. 2021년 한해 디맷 출동 건수가 13건이고, 1년 전 같은 기간(2021년 11월~2022년 1월) 출동 건수가 0건인 것과 견줘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응급실에 근무중인 의사·간호사 등 4명 이상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디맷은 소방당국 등의 요청으로 출동해 재난 현장에서 환자 응급처치와 중증도 분류 업무를 수행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엔 서울·경기 등 15개 디맷팀이 출동한 바 있다.

디맷 출동이 급증한 건 이태원 참사 이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사고에도 출동 요청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디맷이 출동한 현장 17건의 사상자(사망·중상·경상) 현황을 보면, 9건(53%)은 사상자가 10명 미만이었다. 2건은 사상자가 0명이었고, 4건은 현장 이동 중 디맷 출동 요청이 취소됐다. 반면 2021년 1~12월(13건) 출동한 현장에서는 92%(12건)가 사상자 10명 이상이었고, 중도 취소는 1건에 불과했다.

디맷이 ‘출동 대기’만 하다가 응급실로 복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소방당국은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재난 신고가 119에 접수되면 디맷의 출동 대기를 요청하는데, 이 경우에도 의료진은 응급실 근무를 멈추고 구급차 등에서 대기한다. 출동 대기 하던 디맷이 출동 없이 복귀한 횟수는 2021년 11월∼2022년 1월 16건에서 2022년 11월∼2023년 1월 25건으로 56% 증가했다.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는 “이태원 참사 대응 실태에 대한 경찰 수사 등이 시작된 뒤로, 각 기관이 사상자가 확인되지 않은 재난에도 적극적으로 디맷을 부르는 추세”라며 “119에 접수된 오인 신고 때문에 출동 대기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맷 출동이 잦아질수록 의료기관 응급실 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디맷이 출동하면 의료기관은 응급실 예비근무자를 출근시켜 인력을 메우지만, 예비조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대개 1시간 이상이 소요돼 인력 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전문의 1∼2명과 인턴 등 전공의 3∼4명이 당직을 서는 야간에는 디맷이 현장에 나가면 전공의가 응급 환자를 보기도 한다. 유인술 충남대 의대 교수(응급의학과)는 “(전공의는) 중증 환자에 대한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응급의료 기능에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재난 성격에 따라선 디맷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보다, 환자를 응급실로 신속하게 옮기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시급한 대규모 재난이 아니라면, 의료장비와 각 진료과 의료진이 포진된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처치해야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디맷의 출동 요건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을 보면, 출동 기준은 △10명 이상 사상자 발생 △재난관리주관기관 및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요청 △보건소장 및 재난의료책임자의 판단으로 폭넓게 규정돼 있다. 사상자가 없는 사고라도 외부기관 요구가 있으면, 디맷이 출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의미 없는 출동을 최소화하려면 모든 관계기관이 동의할 수 있는 (사상자 규모 등) 합리적인 출동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민간 의료기관 의료진으로 구성된 디맷이 다른 기관에 ‘공짜 서비스’로 인식되지 않도록 출동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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