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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복지부, MRI 건보 적용 줄여 재정효율화…“과잉진료 유발시켜”

등록 2022-12-08 16:32수정 2022-12-08 16:45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MRI 촬영 3회→2회로…인력 확충안은 구멍 숭숭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남부지사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등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재정 효율화 대책을 내놨다.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는 환자가 100% 부담하던 3800여개 진료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보를 적용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해왔는데, 이런 정책이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아낀 재원으로 필수의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 인력 확보 방안은 내놓지 않아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광범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의료접근성을 재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잉진료 등을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유지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런 정책으로)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같은 의료전달 체계 불균형이 심화됐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지원 노력은 부족했다”고 밝혔다.

우선 복지부는 엠아르아이·초음파 항목에 대한 건보 기준을 강화한다. 두통·어지럼 증상이 있을 경우 엠아르아이 최대 촬영 횟수를 현재 3회에서 2회로 줄이는 방안이 검토된다. 또 올해 전면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던 ‘근골격계 엠아르아이·초음파 검사’도 의료적 필요를 따려 제한적으로 급여화한다.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방지 방안도 내놨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부모 등이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고액진료를 받는 사례 등을 막기 위해, 외국인 피부양자(배우자·미성년 자녀 제외)는 입국 6개월 뒤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1년에 의료기관 이용 횟수가 365회가 넘는 과다 ‘외래 의료 이용자’의 본인부담률도 상향된다.

정부는 재정 효율화로 아낀 재원을 필수의료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같은 병원에 의사가 없어 제대로 처치받지 못하고 숨진 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 의료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고 야간·휴일 당직 등의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최종 수술·치료까지 가능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개편 △병원간 순환교대 당직체계 운영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인력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이날 정부는 구체적 계획을 내놓진 않았다. 정부 대책에도 의료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에 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의사 인력 공급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정 과목의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 필수의료를 확충하는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정 진료과에 대한 ‘공급과잉’을 불러올 뿐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의 의료시설을 늘릴 만큼의 유인은 못 된다는 설명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번 대책에서는 국민 7명 중 1명이 사는 의료취약지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며 “취약지 의료서비스를 담당할 기관을 마련하고, 지역 단위로 수가를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장성만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 이후 (보장성은 계속 확대돼 왔는데) 보장성 축소안이 나오긴 처음”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보장성이 낮은 곳은 멕시코·미국 뿐이다. 한국은 재정 지속가능성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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