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사흘이 지난 1일 전국 의료기관에서 여전히 36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중환자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등 위독한 상태여서 의료 당국이 추가 사망자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이날 밤 11시 기준 이태원 참사 사상자는 사망 156명, 부상 157명 등 총 313명이다.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까지 151명이었던 사망자는 치료 중 사망하는 환자가 생기며 매일 증가하고 있다. 부상자 중 중상 환자는 33명, 경상은 124명이다. 중·경상을 합쳐 36명은 전국 24개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사고 직후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다가 광주 등 주소지 주변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들의 현재 상태와 치료 방법 등을 이형민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김정윤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응급의학과), 한상수 순천향대부천병원 교수(응급의학과) 등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정리했다.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었던 환자들 중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폐를 보호하는 흉곽 등 가슴 부위가 눌리며 호흡이 멈추고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저혈류·저산소 뇌손상을 겪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4분 이상 뇌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가 부어오르며 영구적인 뇌손상이 올 가능성이 크다.
저산소성 손상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신경계 손상이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 없더라도 이런 손상을 입게 되면, 세포나 신경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 후유증을 앓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뇌는 산소에 민감한 장기여서 허혈성 뇌손상이 온다면 회복불가능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질식에 더해 복부 등에 압박이 가해지며 장기 파열이 생긴 환자들도 위중한 상태다. 일부 환자들은 간 등이 파열되어 수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하기도 했다. 간이나 비장처럼 혈액이 많은 장기가 압력에 눌려 손상을 입으면, 복강 내에 피가 고이는 ‘혈복강’이 생겨 위험하다.”
―중상 환자들의 다른 증세는 무엇인가?
“중상으로 분류된 환자의 상당수는 사고 당시 눌려있던 신체 부위의 신경 손상을 보이고 있다. 인파에 깔렸던 하반신 등의 말초신경이 압박을 받으며 신체 일부의 감각이 무뎌지는 증세다. 예후가 좋았던 몇몇 부상자는 다리 등의 저림 현상이 사라져 퇴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입원 상태다. 떨어졌던 감각은 시간이 지나며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빠르면 1개월, 길면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의료진은 환자들의 근육 괴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신체가 무거운 물건이나 인파 등에 장시간 눌리면 근육이 녹으며 생긴 근육 효소나 칼륨 등이 몸에 퍼질 수 있다. 이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신장에 무리가 생기고, 심하면 신부전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육 괴사에 따른 효소 수치 증가 현상은 대개 사고 2, 3일 이내에 발생한다. 전문의들은 1일 현재 압궤손상(무거운 물건에 눌려 근육·혈관 등이 손상)으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치료가 이뤄지나?
“뇌손상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의료기관들이 ‘목표체온 유지치료’ 등을 시도하고 있다. ‘저체온 치료’로 불리는 이 치료법은 환자의 체온을 낮춰 산소 소비량과 신진대사를 줄이고 뇌세포 파괴를 막는다. 의료진은 폐렴·욕창 등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기도 삽관 등으로 호흡을 보조하는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골절 환자의 경우 골반골 등 큰 뼈의 골절이 생기면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다발성 골절이라면 중환자로 보고 치료한다. 수술 후 대개 1∼2개월의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이후에도 3∼6개월의 재활이 이어진다. 팔다리 등 치료 예후가 비교적 좋은 부위의 골절은 수술 없이 일상생활을 하며 재활도 가능하다.”
―중상자들은 모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나?
“중상으로 분류됐던 일부 환자들은 입원하지 않고 응급실 치료 후 귀가하거나 입원 2, 3일째에 퇴원했다. 사고 당시 정신적 충격 등으로 호흡곤란·불안을 겪어 중상으로 분류됐다가, 안정을 취한 뒤 귀가한 환자들이 이런 경우다. 1일 오후 6시까지 총 118명의 중·경상 환자가 퇴원했거나, 입원 없이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지만 아직 진료받지 않았다면 병원에 가야할까?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나 불안 증세 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경정신과 등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큰 정신적 외상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과각성됐거나 숨을 과하게 몰아쉬는 등의 증세에도 마찬가지다. 호흡곤란이나 소변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병원을 찾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사고 현장에서 인파 등에 눌린 뒤 근육괴사가 일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변색이 변하거나 소변이 덜 나오는 등의 증상에도 진료 받을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 타박상이나 찰과상(긁힌 상처) 등에 대해서는 꼭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상에서 상처가 났을 때 각자가 내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처럼 멍 등에 대해서는 (과도한 걱정을 하지 않고) 결정해도 괜찮다는 조언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