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김밥·마약닭발처럼 음식 이름에 ‘마약’이란 표현을 쓸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마약을 기호식품으로 여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설명을 들어보면,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식품 이름에 마약 등의 표현을 넣지 못하게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음란한 표현을 사용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식품 명칭이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의 금지 대상을 “음란한 표현 또는 유해약물·유해물건과 관련한 표현”으로 구체화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이나 고시를 개정해 식품 이름으로 규제되는 ‘유해약물·유해물건’의 정확한 범위를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마약’ 표현을 넣은 식품 이름이나 광고가 늘면서 마약에 대한 청소년 등의 경각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식품업체나 식당들은 ‘마약처럼 중독될 만큼 맛있다’는 의미로 상호에 마약을 쓰지만, 이런 표현이 마약을 기호식품이나 식품 첨가제 등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영업중인 전국 일반음식점 중 ‘마약’이 들어간 상호는 199개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관련법에 구체적인 규제 근거가 없었고, 소비자가 ‘마약 김밥’ 등에 실제로 마약이 들어있는 것으로 혼동할 염려가 적다는 점 때문에 이런 표현을 규제하지 못했다”며 “정부도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후속 제도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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