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3582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 83일 만에 최다를 기록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확진자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자의) 5월 단기 치명률은 0.07%로 분석된다. (중략) 오미크론 이후 코로나19의 치명률 자체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지난 1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반기 부터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을 ‘계절독감’ 수준으로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 조사 방식이 다른 상황에서 단순히 치명률 통계로 코로나19와 독감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급속히 확산하는 재유행 국면에서 ‘코로나19=계절독감’ 메시지가 자칫 경각심을 낮춰 재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명률은 질병의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뜻한다. “코로나19의 5월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이라는 발언은 지난 15일 손영래 반장이 지난해 델타와 견줘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하는 맥락에서 등장했다. 손 반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도나 치명률은 낮은 특성이 있고, 또한 대응체계에 있어서도 예방접종과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치명률이 낮아진 이유를 설명하고 “(그럼에도) 60살 이상 고령층과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기저질환자 등의 치명률은 훨씬 높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통계치를 보면, 실제 올해 봄 이후 치명률 감소가 확인된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2021년 7월 0.31%, 8·9월 각 0.41%에서 지난해 11월 1.56%까지 상승했었다가 올해 1월 0.33%로 낮아졌다. 오미크론의 영향이 컸던 올해 2월부터는 0.12%, 3월 0.1%, 4월 0.09%, 5월 0.07% 등 점차 낮아졌다. 지난 2년 간의 누적 치명률은 0.13%이지만, 지난 5월 단기 치명률은 0.07%로 낮아진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를 독감에 비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미크론 유행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에도 정부는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 본격 검토”(중수본·2월4일)한다고 했고, 이후에도 “오미크론 치명률(0.08%)은 계절독감과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중수본·2월23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의 치명률 비교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코로나19와 독감의 치명률을 계산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확진자 수 차이가 크고, 비교 조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독감은 (코로나19처럼) 하루 몇십만 명씩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독감 치명률은 계절마다 다르고, 국가마다 다르다. 또 국가마다 대응 여력, 예방접종률이 어느정도인지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도 “(비교를 위해서는) 분모(확진자), 분자(사망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평가돼야하는데, 그런 면에서 독감과 코로나19를 직접적인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독감 치명률이 0.05∼0.1%이 정밀한 수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독감은 코로나19처럼 광범위한 검사를 하지 않고, 무증상이어서 통계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분모(확진자)가 크게 늘어 실제 독감 치명률은 더 낮을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재훈 교수는 “(0.05∼0.1% 독감치명률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다양한 연구들을 보면 ‘그 정도는 된다’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측정된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치명률 보다는 현재 발생하는 사망자·위중증 환자 수와 이에 대한 의료대응체계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감만큼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발언으로 시민들의 경각심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재갑 교수는 “독감 확진자 수만 명의 치명률이 0.07%인 것과 코로나19 확진자 100만명의 치명률이 0.07%인 것은 다르다. 결국 환자가 확 늘어나면 중환자 수와 사망자가 늘 수밖에 없으니, (치명률 보다는) 절대적 (사망자·중환자 등) 숫자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에서) 치명률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의료 대응 체계를 어떻게 정비할지 이야기해야 한다. 치명률을 얘기해서 사람들에 ‘지금 특별한 것을 안 해도 된다’는 의미로 생각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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