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적 우울감이 커져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와 달리,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국내 자살률은 전년과 견줘 소폭 하락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자살률은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2003년부터 20년간(2016~2017년 제외) ‘OECD 자살률 1위’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전년 대비 604명(4.4%)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인 자살률 역시 25.7명으로, 전년 대비 1.2명(4.45%) 감소했다. 전체 자살 사망자 가운데 남성은 68.9%로 여성(31.1%)에 견줘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자살자 수가 2606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2405명), 60대(1937명)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 첫해 자살률이 소폭 감소했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일상회복 단계에서 자살률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소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 시기에는 국민적 단합력이 발휘돼 자살 사망이 감소하지만, 위기와 재난의 시기가 지나고 2∼3년간은 자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례 분석이 있다”며 “향후 2∼3년간 완전히 일상회복이 될 경우에 자살 사망이 증가하는지 등을 주목해 분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 과장은 “통계청의 자살 사망 동향 잠정치를 보면, 2022년 3월까지는 자살 사망자 수가 다행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본격적 일상회복기가 되는 2022년 4월∼6월 자살 사망치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6∼2020년 청소년 자살 현황 추이. 보건복지부
특히 청소년(9∼24살) 자살률이 크게 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청소년 자살자 수는 957명으로, 전년 대비 81명(9.2%) 증가했다. 원 과장은 “정신적 문제가 (청소년의) 대다수 자살 동기로 파악되고 있지만, 여러 경제적 문제나 코로나 이후 우울감 증가, 자살 사고율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10대와 20대의 자살 사망률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로 2023년 자살 예방 기본 계획 수립에 있어서 청소년·청년의 자살률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고려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령별 자살 동기를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10대·20대에는 정신적 어려움이 컸고, 30대∼50대는 경제적 어려움, 60대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인(65살 이상) 자살률은 전년에 견줘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20년 노인 자살자 수는 3392명으로 전년보다 208명(5.8%) 감소했으며, 자살률 역시 41.7명으로 전년 대비 4.9명(10.6%) 줄었다. 최근 5년 노인 자살률을 봐도 2018년 소폭 증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여전히 80살 이상 자살률이 OECD 평균보다 3.1배 높으며, 60대는 2.2배, 70대는 2.8배 높다.
2022 자살예방백서는 15일 복지부(www.mohw.go.kr)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홈페이지(www.kfsp.org)에 게시될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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