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코로나19 확진자도 국가나 공공기관 채용·자격검정 시험을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고사장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개정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한 시험 방역 관리 안내’ 제5판을 보면, 격리 중인 확진자도 외출해 별도 시험장·시험실이나 일반 시험장 내 분리된 장소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진자 시험실은 일반 시험장에서 동선을 분리해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주최기관은 이 기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시험 특성과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여 만에 확진자와 격리자 시험 방역 조치를 통합하고, 확진자에 대해선 시험일에 외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수정했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에 확진자 시험장을 설치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구급차 등으로 이동해 일반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었다. 지난 4월2일 국가공무원 9급 시험의 경우 확진·자가격리자는 별도로 마련된 전국 10곳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장까지 이동하는 데 몇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은 여전히 하루 1만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보장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방역당국은 시험 관련 외출 허용 절차도 새로 마련했다. 시험 주최기관은 늦어도 시험일 2주 전까지 보건소나 질병관리청 등에 해당 시험일 응시자에 대한 외출 허가를 요청하게 된다. 보건소는 방역관리 계획과 시험 일시 등을 확인하고 해당 시험에 대해 확진자 외출을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격리 대상 수험자에게 허용 여부를 별도로 안내하지 않고 시험 응시표나 홈페이지 주의사항 등을 통해 고지한다.

7일 격리의무 기간과 시험일이 겹치는 수험생은 보건소 담당자와 시험 주최기관에 확진·격리 사실을 알리고, 해당 시험에 격리자도 응시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응시자임을 증빙할 수 있는 수험표 등을 지참해야 한다. 시험 목적 외 사유로 외출하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다. 시험장에는 걸어가거나 자차, 방역택시 등을 이용하고 대중교통 이용은 금지된다.

면접시험도 화상 등 비대면 원칙에서 가급적 비대면을 권고하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시험장이 밀폐되고 협소하면 시험을 연기·취소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방역조치가 이뤄지는 경우라면 시험이 진행되도록 했다. 답안지를 24시간 보관했다가 채점토록 하거나 수험자 간 간격 유지가 안 되면 야외에서 치르도록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들도 삭제·수정됐다.

이번 지침은 공무원 시험처럼 국가나 공공기관 등에서 채용·자격검정 등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치르는 시험에 적용된다. 중간·기말고사 등 학교 시험 방역 조치는 별도로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협의해 결정한다. 교육부는 4월 중간고사 대면 시험 불가 방침을 유지했다가, 6∼7월 치러지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확진된 학생도 학교에 나와 대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