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부모와 자식 간 대화 주제는 보통 건강이다. 이번 어버이날은 특히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80~90년대 톱스타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50대 나이에 뇌동맥류 파열로 지난 7일 세상을 뜨면서다. 뇌동맥류 파열이 40~60대 사이에 많이 발병한다는 얘기에 연로한 부모들이 오히려 중년이 된 자녀들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9일 직장인 김아무개(48)씨는 “부모님과 식사를 하는데 강수연씨 사망 소식에 다들 안타까워하면서 두통 같은 뇌출혈 증상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왜 빨리 병원에 안 갔을까, 혹시나 머리가 너무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부터 가야겠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뇌출혈에는 뇌 혈관이 터져 뇌 속에 피가 고이는 ‘뇌 내 출혈’(뇌실질내 출혈)과 뇌 표면 동맥이 손상되면서 지주막(거미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지주막하출혈이 있다. 지주막하출혈은 혈액이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으로 흐르면서 뇌압을 높여 극심한 두통을 동반하게 된다.
뇌출혈은 고령층 뿐만 아니라 40~60대 사이에서도 많이 발병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지주막하출혈(질병코드 I60)로 치료받은 연령별 환자(전체 3만5698명)가운데, 60대(30.9%) 못지않게 50대(27.7%) 환자 비중도 높았다. 70대(19.1%)와 40대(13.1%)가 뒤를 이었다. 80대 이상은 8.4%였다. 10~20대(1.3%), 30대(3.7%) 등 젊은층에서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았다.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두통은 흔히 “망치로 맞아 깨질 것 같은 정도의 극심한 두통”(서울대병원 의학정보)이라고 설명된다. 강씨 또한 사망 당일 오전 심한 두통을 호소했다고 알려졌다. 권오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지주막하출혈 발병 시 사망률이 3분의1 수준으로 높지만, 실제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며 “극심한 두통은 이미 발병 증상이므로 신속히 병원에 가 추가적인 뇌 손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는 요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력과 흡연 여부 정도가 그나마 유의미한 변수다. 정천기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가족력이 있어 선천적으로 동맥벽이 약한 경우, 40살이 넘으면 뇌혈관자기공명촬영검사(MRA)를 한 번쯤 받아 두고, 평상시 혈압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흡연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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