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사가 개발·생산한 만 5∼11살용 코로나19 백신.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미국 화이자사의 만 5~11살용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허가를 받아 어린이 예방 접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3월 중 5∼11살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3일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 품목으로 신청한 화이자사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0.1㎎/mL(5~11세용)’의 품목 허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화이자 백신과 유효성분(토지나메란)은 같지만 용법·용량이 다르다. 현재 사용 중인 만 12살 이상 백신은 희석 없이 1명당 30㎍씩 투여하지만, 만 5∼11살용은 원액을 0.9% 염화나트륨액에 희석하고 3분의 1인 1명당 10㎍을 투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스위스, 호주, 캐나다 등에서 같은 방식으로 긴급사용승인이나 허가를 받아 사용 중이다.
백신은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중증 면역 저하 어린이의 경우 2차 접종 4주 뒤에 3차 접종을 받을 수 있다. 그 외 3차 접종 여부는 이번 허가 사항에는 포함되지 않아 추가접종 임상계획을 발표한 화이자 측이 신청하면 검토하기로 했다.
소아용 백신 접종 대상은 만 나이로 5∼11살(생일이 지난 2017년생∼생일이 지나지 않은 2010년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차 접종 이후 만 12살이 되면 2차 접종 땐 12살 이상용 백신을 접종하도록 했는데, 소아용으로 2차 접종을 해도 재접종할 필요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안전성은 16∼25살 임상시험 때와 비슷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미국·핀란드·폴란드·스페인 등 4개국 5~11살 301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이상반응 사례는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증이었고 1∼3일 안에 사라졌다. 주사 부위 통증(84.3%)과 피로(51.7%), 두통(38.2%), 발적(26.4%), 종창(20.4%), 근육통(17.5%), 오한(12.4%), 설사(9.6%), 관절통(7.6%), 구토(4.0%) 순이었다. 다만 주사 부위가 붉어지는 발적이나 부어오르는 종창 발생률은 16∼25살에서보다 2배가량 높았다. 사망, 심근염, 심장막염, 아나필락시스, 약물 관련 입원 사망과 같은 중대한 약물 이상반응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다른 백신들도 일반적으로 어릴수록 국소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비록 빈도는 높지만 대부분 가벼운 수준이었고 2∼3일 이내에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에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감염 예방효과는 90.7%로 분석됐다. 위약 투여 대조군의 감염률은 약 2.41%(663명 중 16명)였는데, 백신 2차 접종 7일이 지난 시험군에선 약 0.23%(1305명 중 3명 확진)로 낮게 나타난 것이다. 2차 접종 완료 후 한 달이 지나 5∼11살과 16∼25살의 면역반응을 비교한 결과도 중화항체가 비율과 혈청반응률(접종 전보다 중화항체가가 4배 이상 상승한 사람 비율) 모두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식약처 허가 내용을 바탕으로 3월 만 5∼11살 예방접종 시행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권근용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소아청소년과·감염내과 등 전문가들 의견과 부모님들의 수용성 등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왔다”며 “전문가 자문회의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지체 없이 진행해 세부 접종 계획에 대해선 3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소아용 백신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기존에 정부와 화이자사가 체결한 계약 물량에 소아용도 포함돼 있어 구체적인 도입 일정 등을 협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11살 이하,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감염 예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3∼19일 1주간 하루 평균 10만명당 발생률을 분석했더니 4∼6살은 328.9명, 7∼11살은 308.8명이었다. 대부분 3차 접종까지 마친 60대 이상(60∼74살 73.9명·75살 이상 63.2명)에 견줘 4∼5배 수준이다. 최은화 서울대 어린이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위중증 위험이 높은 비만, 만성 폐질환, 신장질환,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이 우선 접종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현재 관련 학회에서 어떤 대상에게 접종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