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시민들의 합리적인 위험 인식과 이를 통한 자발적 행위가 우리 방역의 핵심이었다고 정부가 말한 적이 있나요? 오미크론 변이에는 ‘자발적 행위’ 그게 필요합니다.”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해온 유명순 서울대학교 교수(보건대학원)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려면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께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중증화율은 낮지만 전파력은 2~3배 높아 하루 1만~3만명의 경증 환자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과 17일 <한겨레>와 한 두차례의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오미크론의 불확실성을 단순화해 ‘끝이 보인다’고 말하기보다 ‘불확실성은 통제할 수 있다. 의지와 신뢰로 함께 풀어가자’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감염 예방 효과를 예측할 때, 국민의 감염 위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예방 행위 정도에 따라 감염병의 확산 규모와 기간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2020년의 높은 위험 인식이 마스크 쓰기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민들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개인과 사회의 위험 인식은 자발적인 위험 예방 행동 수준이나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내용”이라며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 조치나 각종 규제가 없던 2020년 2월 매우 높게 형성된 위험 인식은 왜 한국에서 마스크 쓰기가 규제를 통하지 않고 급속히 사회규범이 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4차 대유행 이후 국민의 위험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유 교수는 “초긴장·초집중 상태에서 2년 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년간 쌓인 요령(개인 방역 수칙 등)과 수단(거리두기·백신·치료제 등)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운 감정은 낮아졌고, 확진자 정보 공개 방식이 달라지면서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며 “이와 함께 위험 인식도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국민 소통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유 교수는 지적한다. 백신이 만들어지고 정부가 국민에게 예방접종 참여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백신 접종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백신만능론은 자발적인 위험 예방 행동과 자기 조절에 있어 늘 바람직한 방향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정책을 설계하고 소통할 때 국민의 위험 인식 유지와 자발적 행동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자발적 행동의 중요성이 간과된 채 감염병을 통제하려다 보니 현행 거리두기와 같이 사회적 비용만 커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오미크론 시대에 정부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까? 유 교수는 경구용 치료제와 백신이라는 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그래서 괜찮다’가 아니라 ‘그게 있기 때문에 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오미크론은 보건의료체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낙관만 강조하거나 비관적인 면을 키워 공포를 조장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오미크론의 불확실성을 단순화해 ‘짧고 굵게 끝난다’거나 ‘끝이 보인다’고 말하기보다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득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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