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추진 공약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이 후보의 유튜브에 올라온 관련 영상. 이 후보 유튜브 계정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검토하는 데 대해, 5일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는 “필수적 의료부터 먼저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증 질병 치료 중에서도 비급여로 보장되지 않는 항목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따져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선 후보 쪽이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는 영상을 공개하며,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는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에서 “탈모는 공식적인 질병코드가 부여된 질병이지만 탈모 치료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천만 탈모인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드림으로써 ‘소확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이 후보와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건강보험 보장의 우선순위를 지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모 치료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 의료비를 줄이는 점은 있지만, 건강보험 보장은 필요 의료부터 충원을 하고, 그 다음부터 보장성을 올리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은 필수적 의료에서도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2020년 기준 백혈병, 림프암, 췌장암 등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82.1%로, 17.9%는 비급여 항목이다. 또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에서도 정부는 70%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보장 수준은 2020년 기준 65.3%에 그쳤다. 더구나 각 질환별로 신약들이 나오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되는 기간 동안에 환자들은 비급여로 처방을 받는 경우도 많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선진국의 경우 중증 질환은 무상이거나 밥값이나 침상료만 내는데, 우리는 아직도 20% 가까이 비급여로 본인에게 수천만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암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비급여 부분을 급여화해달라고 절박하게 외치는데, 재정적 한계 때문에 완전히 해주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용·성형의 영역을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납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인구가 많아지며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저수지 물은 가뜩이나 빠져나가는 것은 많고 들어오는 건 적다”며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 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가속화할 것을 우려했다.
건강보험 적용 외에 약값을 떨어뜨리는 대책이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형준 위원장은 “제약사들이 저가의 탈모 치료제 제네릭(복제약)을 공급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복제해서 내는 약은 현재의 20분의 1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용자가 많으니, 국민 편의 측면에서 유리한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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