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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수술-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맞이한 2021년 새해는 보물 같았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지금 여기’의 한순간 한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큰 고통을 겪고 맞이하는 평범한 일상은 얼마나 달콤하던지. 파랗고 맑은 하늘, 봄에 윤슬이 반짝이는 강물에서 숭어가 펄떡이던 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감동하고 행복감을 느꼈다. 항상 걷던 길이었는데, 그토록 온전하고 충만한 느낌은 처음 받았던 것 같다.
2021년에는 반드시 지킬 목표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가지만 세웠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운동하기’와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읽기(건강서 포함)’였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나와의 약속을 충실하게 지켰다. 복원 수술 직후와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운동을 꾸준히 했고, 1년 동안 책도 50여 권 읽었다. 이제 운동은 나의 ‘루틴’이 되었고, 어쩌다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면 몸이 찌뿌둥해 방에서라도 제자리 걷기를 하고 잠을 청한다.
‘피자와 치킨 오늘만, 하나만 먹자’
항암 2년 들어서며 느슨해진 마음
2022년, 숫자 ‘2’가 셋이나 들어가는 해인데 내게는 항암 뒤 2년째에 돌입하는 해다. 주변 암 환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암 끝나고 2~3년이 예후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해라고 한다. 항암 뒤 첫해에는 누구나 식단 관리부터 운동, 스트레스 관리까지 열심히 한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2년째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단다. 어느새 자신이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조금씩 이전의 잘못된 습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2019년 2월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선항암 뒤 완전관해까지 되었지만 1년 검진에서 뇌 전이 판정을 받은 4기 암 환우 유튜버 ‘콩튜브’는 자신의 영상에서 1~3기 환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많은 환자가 항암이나 수술을 하고 몸에서 느낄 정도로 암이 몸에서 사라진다는 느낌이 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요. 표준치료 끝나고 나면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암 환자였으면서 다 나은 것마냥 슬슬 배달음식도 먹게 돼요. 배달음식 먹을 때 웃긴 게 처음에는 ‘기름에 튀긴 것만 안 먹으면 됐지’라는 생각에 ‘보쌈은 삶은 거니까, 김치랑 함께 먹는 거니까’라며 먹고, 그러다가 ‘피자도 튀긴 건 아니잖아’ 하고 먹게 되다가 나중에는 치킨과 탕수육을 먹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돼요. 라면이 먹고 싶어서 처음에는 튀기지 않은 건면을 먹다가 나중에는 라면을 먹고요. 어느 순간 보니까, 외식도 자주 하고 이렇게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중략) 1~3기 환우분들 처음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마음을 절대 잊지 마시고, 식단 관리, 건강관리 철저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완전관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1년 만에 뇌 전이가 됐잖아요. ‘설마 내가’라는 안일한 생각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 영상을 보며 최근 건강관리에서 약간 느슨해진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해 딱 하나만 맛본다며 손을 댔다가 어느새 ‘오늘만 먹어야지’ 하며 먹던 나, 몸이 피곤한데도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거나 티브이 앞에 있던 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우니 운동은 내일 하겠다고 슬며시 운동을 미루고 싶어했던 나, 사소한 일에도 신경을 쓰고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벌벌 떠는 나….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몸의 디엔에이(DNA)가 손상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우리 몸은 60조 개에 이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암 환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사람의 몸에서는 하루에 ‘암의 싹’이 5000개 정도 발생한다고 한다. 면역 기능이 제대로 발휘돼야 이런 암세포가 제거된다. 그런데 몸 상태가 호전되자 나도 모르게 마음의 고삐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동네 유방외과에서 유방과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국민건강보험 암검진 사업을 통해 위 내시경과 간암 초음파, 자궁경부암 검사를 했다. 다행히도 유방은 깨끗했지만, 갑상선에서 결절 두 개가 발견됐고, 위에서도 물혹이 하나 발견돼 조직검사를 했다.
갑상선 결절 발견에 다시 마음 ‘쿵’
새해에도 ‘루틴 실천’ 마음 다잡기
갑상선은 목 한가운데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 아래 나비 모양으로 기관지를 감싸고 있는 기관이다. 갑상선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고 분비시키는 기관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에너지를 공급하고, 우리 몸의 체온을 올리거나 기초대사율을 올리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 갑상선의 일부분이 커져 혹이 되면 갑상선 결절이라고 하는데, 내 갑상선에서도 결절이 발견된 것이다. 결절은 성인의 4~7%에게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모양만 괜찮다면 큰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내 경우 하나는 모양이 괜찮은데, 다른 하나가 0.6㎜의 크기지만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의사는 “1㎝ 이하 결절이라 세침검사를 하기엔 작다”며 “6개월 뒤에 크기가 커진다면 갑상선암일 수도 있으니 꼭 추적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 진단 경험이 있다 보니 이런 이야기만 들어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갑상선 결절이 악성인지 양성인지, 크기가 커질지 작아질지도 모르는데 지레 겁먹었다. 암 환우가 느끼는 이런 불안은 당연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건강에 부정적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불안한 감정으로 인해 몸의 자율신경 시스템이 깨질 수 있고, 이것이 또 면역력 저하의 원인이 된다.
이런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루틴 실천’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루틴’은 외부적 요소에 수시로 흔들리는 나를 안정시켜주는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고, 죽염수로 입을 헹구고, 따뜻한 물 한잔과 유산균을 먹는다. 하루에 샐러드 두 접시는 반드시 챙겨 먹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걷는다. 저녁에 자기 전에는 하루를 마감하는 ‘세 줄 일기’를 쓴다. 나는 매일 하는 이 ‘루틴’이 내 몸과 마음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에도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암 진단 처음 받았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루틴을 잘 실천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워본다. 독자분들도 ‘나만의 루틴’으로 몸과 마음 건강 잘 지키시길! 사회정책부 기자
기자이며 두 아이의 엄마. <자존감은 나의 힘>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공저) 등의 저자. 현재는 병가 중이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알게 된 암 치료 과정과 삶의 소중함에 대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