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광주 광산구 효정요양병원에서 119구급차가 확진자를 외부 치료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환자의 비율이 나머지 지역보다 1.7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병원에 후송돼 치료받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는 뜻인데, 의료기관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코로나19 대응이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미흡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2일 <한겨레>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센터에 요청해 최초로 입수한 2020년 코로나19 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숨진 코로나19 사망자 201명 가운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환자는 6.5%(13명)였다. 경기는 238명 가운데 5.9%(14명)였다. 두 지역을 합하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환자는 439명 가운데 6.2%(27명)이다. 의료기관이 아닌 곳은 병원 이송 중 사망이나 사회복지시설과 집에서의 사망 등을 일컫는다. 반면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전국 사망자 511명 가운데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환자는 3.7%(19명)였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의료기관이 많아도 ‘풍요 속의 빈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지난해 말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민간병원이 병상을 제공하기 보다는 (병상 수가 적은) 공공병원을 비워서 1차적으로 대응했는데 한계가 많았다”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돌봄인력이 없는 공공병원에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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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의 사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3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2월에 집중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숨진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46명(집에서 사망 24명, 병원 이송 중 사망 4명, 사회복지시설서 사망 15명, 기타 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58.3%(28명)가 12월에 숨졌다.
이는 3차 유행 때 정부가 늑장대응을 한 결과라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12월15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서면서 병상부족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부는 이때까지도 “수도권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후 서울·경기의 요양병원과 집에서 병상 배치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은 환자가 4명 나온 뒤인 같은달 18일에야 상급종합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 확보계획을 다음날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9일 이후에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12명의 환자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3차 유행 때 정부가 요양병원에서 병상 대기하고 있던 노인들을 입원대기 환자 집계에서 누락해서 그 규모가 적게 보이도록 하는 꼼수를 썼다”며 “정부의 조처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코호트 격리된 상태에서 목숨을 잃은 환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의 일환으로 입원 요인이 없는 70살 미만 무증상·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재택치료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밖 사망을 막으려면 응급 이송과 진료 체계부터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재택치료 중이던 60대 남성이 응급구조시스템 혼선으로 인해 병원 이송 도중 심정지로 숨진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지역별 사망자 현황을 보면, 전체 사망자 950명 가운데 경기 지역 사망자가 238명(25.1%)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01명·21.2%), 1차 유행이 발생했던 대구 (186명·19.6%)와 경북 (75명·7.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호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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